[국민논단-신창호] 초고속 인터넷인프라 유감 기사의 사진
‘1000mbps.’ 1초당 1000메가바이트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뜻의 말이다. 조만간 한국의 무선 인터넷도 기가바이트 시대에 진입하게 된다고 한다.

속도에 관한 한 우리 인터넷 환경은 세계 어떤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최고 중의 최고’다. 집에 앉아 데스크톱 컴퓨터를 켜도, 심심풀이로 스마트폰을 눌러봐도 복잡한 동영상과 사진, 그래픽으로 가득찬 인터넷 사이트들이 1초도 걸리지 않아 모니터에 뜬다. 포털 사이트 한 군데만 들어가도 온갖 코너가 널려 있다. 대부분이 광고이거나 근사한 포장에 비해 허접한 콘텐츠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렇게 쉽게 데이터를 쓰는 인터넷 인프라를 이용하는 비용도 정말 싸다. 한 달 사용료가 싸면 1만원, 비싸면 3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미국에서 이런 인터넷을 쓰려면 돈을 얼마나 낼까. 미국 최고의 케이블 인터넷 제공 회사인 ‘컴캐스트(Comcast)’의 서비스에는 아예 이런 속도는 존재하지도 않는다. 초당 1메가바이트가 가장 비싼 돈을 내고 쓸 수 있는 서비스다. 그것도 한 달에 50달러는 내야 한다. 미국 중산층 가정은 아직도 초당 500바이트 데이터 모뎀을 29달러 정도 내고 쓴다.

한때 잘나가던 야후의 페이지뷰가 급격히 줄고, ‘구글 성공시대’가 열린 것도 바로 미국의 이런 인터넷 인프라 때문이다. 화면 한가운데 검색창 하나와 로고만 달랑 뜨는 구글 사이트에 미국인들은 열광했다. 검색창에 찾고 싶은 단어와 문장을 치고 이런저런 인터넷 자료들을 찾는다. 미국의 인터넷 사이트는 대부분 그래픽 베이스가 아니라 텍스트 베이스다. 쉽게 말하면 사진과 그림이 아니라 글자가 대부분이란 뜻이다. 미국만이 아니라 유럽도 마찬가지다.

‘멋진’ 인터넷 인프라를 가진 한국에서 주로 즐기는 콘텐츠들은 뭔지 곰곰 생각해봤다. 별개 없었다. 포털에 들어가 눈에 띄는 쇼킹 뉴스를 클릭해보고 온갖 광고와 화려한 사진이 든 페이지를 열어본다. 아이들은 빠른 속도로 시뮬레이션 게임에 몰두한다. 쇼핑 사이트를 서핑하면서 이것저것을 사기도 한다. 우리들에게 인터넷은 오락의 수단인 셈이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 벤처 초창기를 제외하고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콘텐츠 전문 온라인 사이트는 전무하다.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 ‘공룡’, 엔씨소프트 같은 게임회사를 제외하곤 말이다. 언론사들은 포털의 ‘공짜’ 콘텐츠 제공 하청회사로 전락했다. 포털에 얼굴을 내비치지 않으면 장사가 되질 않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콘텐츠를 도매금으로 포털에 넘긴다. 모든 분야에서 포털이 ‘슈퍼 갑’이고 나머진 ‘슈퍼 을’이다. 한국식 ‘재벌과 하청기업’ 방정식이 온라인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미국에 1년이라도 살아보면 오락 삼아 인터넷을 즐기는 일은 포기해야 한다. 답답한 속도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미국인들은 참 쓸모 있는 용도에 인터넷을 쓴다. 정부와 각종 기관의 1차 데이터를 잘 가공해 시민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만든 사이트를 찾아가 공부도 하고, 생활에 활용도 한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전국지를 보려고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내 아이 학교의 교육 수준을 다른 지역의 학교와 일목요연하게 비교할 수 있고, 내가 사는 동네의 문화 수준도 가늠해볼 수 있다. 어려운 논문을 쉽게 정리해 놓은 사이트, 각종 온라인 포럼, 신문보다 더 심층적인 리포트를 제공하는 온라인 뉴스 사이트가 성공신화를 쓴다. 촘촘히 적힌 글씨들이 페이지에 가득한 인터넷 사이트들이다.

환경이 불편하면 사람은 이를 이겨내기 위해 창조적이 된다. 그런데 너무 환경이 편하면 배 두들기고 게을러진다. 이 편한 인터넷 생태계는 우리 세금으로 만들어졌다. 김영삼·김대중 정부 때 건설된 정보고속도로 덕분이다. 혈세로 만들어진 세계 최고 인터넷 환경의 떡고물을 몇몇 거대 포털 사이트와 게임회사들이 독점하고 있다. 이들이 온라인 세상을 독식하는 사이에 시민들은 인터넷 오락 중독증에 걸릴 지경이다.

신창호 정치부 차장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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