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김병삼] 소망으로 시작하는 2015년 기사의 사진
을미년 양띠 해를 시작하며 영화 ‘국제시장’ 속 ‘아버지’와 양을 가슴에 품은 ‘목자’의 모습이 겹쳐진다. 윤제균 감독의 영화 ‘국제시장’은 6·25를 시작으로 현재까지의 한국 역사를 아버지라는 소재를 가지고 담담하게 펼쳐냈다.

가족을 위해 무거운 짐을 져야 했던 우리 시대 가슴 아픈 아버지의 이야기다. 영화 속 주인공 ‘덕수’는 가족을 살리기 위해 서독에 광부로 갔다. 그곳에서 그는 같은 이유로 파독 간호사가 되어 서독 노인들의 배설물을 닦고 시체를 닦아야 했던 영자를 만난다.

서럽게 만나 사랑하게 된 두 사람. 어느 날 데이트 끝자락에서 영자는 덕수에게 묻는다. “왜 나에 대해 묻지 않아요?” 덕수는 묻지 않아도 안다고 했다. 그녀 역시 찢어지게 가난한 가족들을 위해 돈을 벌려고 이곳까지 왔다는 것을. 그렇게 서독의 함보른 광산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 덕수의 희생으로 온 가족이 새로운 집에서 산다. 하지만 그는 다시 가족을 위해 베트남의 전쟁터로 떠난다.

아버지의 품에서 흐느끼는 아버지

영화 ‘국제시장’의 한 줄 평이다.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평생 단 한 번도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이 없다. ‘괜찮다’ 웃어 보이고 ‘다행이다’ 눈물 훔치며 힘들었던 그때 그 시절, 오직 가족을 위해 굳세게 살아온 우리의 아버지 이야기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가고 덕수는 고집 센 할아버지가 되었다. 국제시장통 자신의 가게 ‘꽃분이네’를 결코 처분할 수 없단다.

편한 노후를 거부하는 그의 고집은 영화가 끝날 무렵 이해가 된다. 흥남부두를 나올 때 홀로 남겨진 아버지와의 약속, ‘부산에 있는 꽃분이네 찾아가마!’라는 마지막 말 때문이라는 것을. 노래하며 신이 나게 놀고 있는 가족을 뒤로하고 다 늙은 아버지 덕수는 홀로 방에서 흐느낀다.

거울에 비친 고집 센 노인 덕수는 어느새 어릴 적 모습으로 돌아가 있다. 흥남부두에서 헤어진 아버지 앞에서 그는 어린 아들일 뿐이다.

“아버지, 내 약속 잘 지켰지예. 이만하면 내 잘 살았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 평생을 가슴에 품고 있던 그 아버지가 울고 있는 아버지 덕수를 어루만지며 위로한다.

목자의 품에 안긴 양처럼

‘양’에 대한 깨끗함과 순함의 이미지는 어느 해 뉴질랜드를 여행하며 깨져버렸다. 여기저기 방목해 키우는 양들은 무척 더럽고 냄새가 났다. 양은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목자의 음성을 알기 전까지 고집스레 자기 길을 간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보는 그림, 목자가 양을 안고 있는 모습은 전혀 목가적(牧歌的)이지 않다. 양의 냄새를 참아야 가능한 일이고 사랑이 아니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양의 해’를 그저 낭만으로 시작할 수 없는 이유다.

우리 민족이 걸어왔던 질곡의 역사는 우리를 끌어안아야만 했던 아버지의 무거운 사랑이 아니고는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양을 품고 있는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이 떠오른다. 2015년을 시작하는 을미년 첫날. 우리가 꿈꾸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는 장밋빛 세상이 아니다. 어떤 환경 속에서도 우리를 품에 안아주실 목자의 무거운 사랑을 기대하며 시작하는 것이다.

필립 얀시는 그의 책 ‘하나님, 제게 왜 이러세요’에서 이렇게 말한다. “고통은 우리를 위한 하나님의 본래 계획의 일부이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게 아니라 고난 중에 일어나는 속량적 변화 때문에 가치가 있다.”

새해가 장밋빛으로 시작하지 않는다 해도 우리에게 소망이 있는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품으실 것을 믿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죄악과 또 다른 고통의 한가운데서도 우리를 떠나지 않을 아버지의 무거운 사랑을 믿기 때문이다.

한 해를 마감하며 “아버지, 저 잘 살았지요? 그런데 무척 힘들었어요”라고 흐느끼는 우리를 가만히 안아주시는 하나님 아버지를 생각하기에 절망이 아닌 소망으로 시작하는 2015년이다.

김병삼 만나교회 담임목사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