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지순] 노동개혁의 닻 올랐으나 기사의 사진
지난달 22일 정부는 2015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노동, 공공, 교육, 금융 등 4대 구조개혁 방향을 제시했고 이 중에서 노동시장 개혁을 최우선적 추진 과제로 삼았다. 그리고 그 다음날인 23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위한 기본 원칙과 방향에 합의했다. 이제 우리 노동시장 개혁의 물꼬가 열린 셈이다.

그동안 세계경제 환경은 굵직한 변화를 거듭하였으나 우리 노동법제의 골간은 60년 전과 큰 차이 없이 유지되면서 노동시장의 병목현상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정규직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더 강고하게 바리케이드를 치고, 기업은 유연성과 비용 절감을 확보하기 위해 비정규직 확대와 아웃소싱으로 대응했다. 그 결과 원청과 하청, 정규직과 비정규직 나아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근로조건 격차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두 노동시장이 서로 단절되어 근로자들이 서로 넘나들기 어려울 정도로 이중구조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용이 다소 늘었다지만 새로 창출되는 일자리의 상당수는 비정규직, 하청 및 중소기업의 일자리다. 청년들은 낙담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고 있으며 40, 50대 중장년층은 노후보장은커녕 기본적 생활조차 빠듯한 저임금의 굴레에 갇혀 있거나 대책 없이 자영업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더욱 증가하고, 그 결과 사회 전체가 치유하기 힘든 중병에 걸릴 조짐도 있다.

노동시장의 구조개혁 없이는 이러한 이중구조 문제가 해소되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 인식이다. 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과보호·고비용 구조가 어느 정도 완화돼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하청 근로자들에 대한 공정한 배분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임금체계 혁신, 근로시간 유연화, 그리고 배치전환 확대 등 인사관리 방식의 혁신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특히 임금체계는 직무와 성과를 중심으로 근로자의 개인적 역량을 포괄하는 방식으로 개편돼야 한다. 획기적인 실근로시간 단축을 실현하되 유연근로시간제와 재량근로제가 현실화되어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해야 하고, 지속적인 저성과자에게는 그에 합당한 업무와 보수가 부여되어야 한다.

또한 노동시장의 밖에 있는 취업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주고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화가 이뤄질 때까지 고용이 유지될 수 있도록 과감하게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 저소득층 취업자에 대한 맞춤형 소득 향상과 사회안전망 확충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전체 근로자들의 보호 수준은 상향 조정될 수 있다. 이같이 위쪽의 근로자와 아래쪽의 근로자 간에 보호 수준 격차를 줄여 대기업의 구직난과 중소기업의 구인난이 양립하고 있는 우리 노동시장의 불합리성이 해소돼야 우리 경제의 활력도 기대할 수 있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닻을 올렸으나 개별 각론에 들어가면 노사의 입장차는 여전히 크다. 언제든 대화의 판을 뒤엎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노사가 구조개혁의 총론에 동의했다는 것은 개혁의 당위성이나 시급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요한 진전이다. 그렇지만 노동시장의 구조개혁이 기업에만 종합선물세트가 될 것이라는 노동계의 우려도 경청해야 한다. 경영계가 구조개혁의 과실만 향유하고 그 성과를 비정규직 근로자들과 청년들에게 돌려주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근로자들의 고용불안만 확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조개혁을 위한 세부 논의 과정에서 이해당사자인 노사와 정부는 개혁 방안의 미비점과 문제점을 보완, 수정해 개혁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할 책무가 있다. 특히 노사정위의 역할이 주목되는 이유다. 낙담하고 있는 다수의 비정규직 근로자들과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노동시장 개혁은 이제 선택이 아닌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불가결한 전제조건이라는 점을 노사정 모두 명심해야 한다.

박지순 고려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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