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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초롱-김종헌] 원하는 대학에 못간 학생들에게

[청사초롱-김종헌] 원하는 대학에 못간 학생들에게 기사의 사진
나처럼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은 자식이 좋은 대학에 합격하는 것이 새해의 첫 소망일 듯싶다. 그런데 소위 물수능이라고 하는 올해 대학입시에서 이 소망을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모의고사를 통하여 성적이 좋았던 학생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쉬워서 차별성이 없기 때문에, 아니면 실수로 인하여 자신의 능력이 저평가되었다고 생각한다. 또 수능시험을 잘 본 학생들은 동일 점수대의 경쟁률이 높아져서 좋은 대학, 원하는 학과에 가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런데 어떤 대학이 좋은 대학이고, 어떤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

이미 수시모집에서 합격통지서를 받은 학생들은 일단 합격의 기쁨을 갖겠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선택한 대학과 전공이 정말로 좋은 대학인지 또 전망이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그것은 많은 학생들이 자신이 받은 점수를 들고 여러 입시학원에서 작성한 배치표를 기준으로 지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배치표를 보면 각 대학의 전통이나 교육 목표, 그리고 그에 따른 비전과 전망을 고려했다기보다는 서울과 수도권, 그리고 지방에 위치하느냐, 혹은 국립대냐 사립대냐에 따라 차이가 나고 있다. 즉 서울에 있는 대학과 국립대가 좋은 대학이고 서울과 점점 멀어질수록 좋지 않은 대학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국내외 각종 언론에서 대학의 서열이 발표되고 있다.

대학들 교수의 질과 시설에 큰 차이 없어

그런데 정말 그럴까. 서울에 있는 대학과 국립대는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지방대와 사립대는 잘 못 가르치는가. 1, 2, 3위 대학과 50위 대학, 100위 대학은 교육 수준이 서열만큼이나 차이가 나는가. 적어도 학부 학생들의 교육을 기준으로 보면 큰 차이가 없다.

우리나라 대학은 학사일정에서부터 교육부의 철저한 관리를 받고 있어서 몇몇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부 학생들을 교육함에 있어 교수의 질과 학교 시설에 있어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물론 사회적 평판도와 대학원 과정에서의 전문화된 연구 능력 또 학생들 간의 경쟁의식 등에 있어서는 각 대학이 다소 차이를 갖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젊고 의욕 있는 학자들이 지방의 작은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이들을 통해로 학생의 인생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20여년간 대학생활을 하면서 얻은 경험은 교수들의 특수한 지적 능력보다도 학생들에 대한 정성과 사랑이 가장 큰 교육적 성과를 낸다는 것이다.

또 어느 좋은 대학이라고 해서 하나의 학문을 모두 포괄할 수는 없다. 내가 전공하고 있는 건축사 분야만 해도 건축의 수많은 전공 중 하나다. 건축사 분야는 지역적으로 한국건축사와 동양건축사, 서양건축사로 나뉘고 시대적으로는 고전건축과 근대건축, 현대건축으로 나뉜다. 그중 어느 학자는 특정 건축가만을 집중적으로 연구할 수도 있다. 따라서 각 대학은 특성에 따라 각각의 분야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좋은 학생들 많이 양성하는 곳이 좋은 대학

대학이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교수들로 나뉘는데 이를 일관된 기준을 통해 서열화하고 나눌 필요가 없다. 오히려 각 대학의 다른 특성들을 다양하게 드러내 학생들이 자신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스스로 찾아나갈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좋은 대학은 좋은 학생들이 들어가는 대학이 아니라 얼마나 좋은 학생들로 가능성 있게 길러내는가로 평가되어야 한다. 또 전공에 대한 선택도 지금의 전망이 좋은 것이 아니라 졸업 후 20년이 지난 뒤 자신의 이름을 통해 사회활동을 할 시점을 고려해 선택할 필요가 있다.

사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나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 같은 대작은 남들이 자신에게 관심 갖지 않았던 유배생활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자신이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합격하지 못했다고 크게 마음아파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원하지는 않았지만 합격한 대학의 교수들 연구 성과와 교과 과정을 꼼꼼히 살펴서 자신의 미래를 세밀하게 그려보는 것이 새해를 보내면서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김종헌 배재대 교수·배재학당역사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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