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풀·꽃·나무 친해지기

[풀·꽃·나무 친해지기] (2) 개망초

[풀·꽃·나무 친해지기] (2) 개망초 기사의 사진
겨울나는 개망초. 필자 제공
겨울은 식물에게는 생사를 가르는 혹독한 시련의 계절이다. 대개 활엽수들은 겨울눈만 남기고 잎을 모두 떨군 채 여러해살이풀들은 지상부가 말라죽고 뿌리만으로 겨울을 나는 적응 방법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맹추위 속에도 햇볕 드는 산자락이나 들에 가면 잎을 땅 위에 넓게 펼치고 겨울을 나는 풀들을 만날 수 있다. 이렇게 장미꽃 모양으로 잎을 땅 위에 펼치고 겨울을 나는 식물들을 ‘로제트(rosette)’ 식물이라고 한다. 개망초, 망초, 냉이, 달맞이꽃, 꽃다지 등이 대표적인 로제트 식물이다.

풀과 나무를 구분하는 방법의 하나로 ‘겨울에 지상부가 말라죽는 것은 풀, 살아 있는 것은 나무’라고 하는데 이들은 이런 구분법을 무력화시키는 진화적 적응의 사례이다. 또 이들은 겨울을 나는 잎과 봄에 줄기에서 나는 잎이 다른데, 겨울잎은 대부분 꽃이 필 때면 말라버린다. 빛 경쟁이 치열해진 환경변화 속에서 역할이 끝난 잎이 퇴장하는 것이다.

전형적인 국화과 식물의 꽃차례를 갖고 있는 개망초는 안에 노란 통꽃이 모여 있고 그 둘레는 혀 모양의 흰꽃이 달리는데 흰꽃은 모두 암꽃이고 노란 꽃은 모두 양성화이다. 수없이 많은 작은 꽃들을 한데 모아 하나의 꽃처럼 보이게 한 것은 적은 에너지로 매개곤충을 불러들이기 위한 것인데 그러면서도 암꽃을 바깥으로 배치한 것은 딴꽃가루받이가 쉽게 이뤄지게 하려는 치밀한 전략일 것이다.

북아메리카 원산의 귀화식물인 개망초, 망초는 이름 때문에 설움 받는 꽃이기도 하다.

들어와 퍼진 시기가 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에 이르는 국권 상실의 시기와 맞물린다는 이유만으로 ‘나라 망하게 하는 풀’이라 명명한다는 것은 생명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에도 벗어난 듯싶다.

최영선(자연환경조사연구소 이사)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