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뭉쳐야 숨쉰다] 戰費, 1056조원 스모그와의 전쟁… 경제성장 부메랑 맞은 중국의 승부수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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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시내의 카페에서 올려다 본 하늘은 잿빛이었다. 200m 앞이 잘 보이지 않는 탁한 공기 속을 베이징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걷고 있었다. 어른 손을 잡은 5∼6세 아이는 마스크로도 모자라 목도리를 눈 아래까지 올리고 걸었다. 중국인들은 급속한 경제성장의 대가를 치르는 듯했다. 도로는 서울 못지않은 자동차의 물결이다. 일본 도요타, 독일 벤츠, 그리고 ‘자동차 강국’ 한국의 현대기아차가 도로를 누비고 있었다.

여기서 드는 한 가지 의문점. 중국인들이 현대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내뿜는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는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날아온다. 서울의 노인과 어린이도 외출을 자제하고 마스크를 쓰게 만든다. 이 미세먼지는 ‘메이드 인 차이나’인가, ‘메이드 인 코리아’인가.

◇미세먼지 발원지 중국의 방어 논리=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지난달 한·일 기자들을 초청해 한·중·일 환경 문제 공동 취재를 진행했다. 이를 위해 지난달 14∼17일 베이징에서 만났던 중국 환경 당국과 환경·경제 전문가들은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간 ‘환경보호법’을 열심히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논리를 폈다.

“한국과 일본의 피해는 안타깝다. 그러나 중국 경제성장의 과실(果實)은 한국과 일본도 나누고 있다. 중국경제의 과실만 따가는 서방 국가들과 달리 직접적인 환경오염 피해를 보고 있으니 억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발생하는 한·일의 이익도 무시하기 어렵지 않은가. 예를 들어 부유해진 요우커(游客·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과 일본에 몰려가 돈을 쓰지 않나.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시장을 바로 옆에 둔 명암(明暗)을 함께 겪고 있는 셈이다.”

환구시보 관계자는 “당초 준비했던 취재 일정이 당국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여러 부분 수정됐다”며 양해를 구했다. 그만큼 중국 정부가 미세먼지 등 환경 문제를 민감하게 여기고 있다는 뜻이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중국발 스모그가 우리나라를 덮칠 때마다 중국에 피해배상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우리 정부가 지나치게 중국에 저자세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그러나 중국인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받아낸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강력한 환경보호법 꺼내든 중국=중국이 환경 규제를 까다롭게 할수록 한국인의 폐(肺)는 편안해진다. 안타깝지만 열쇠를 중국이 쥐고 있는 게 현실이다. 중국 정부는 강력한 환경보호법을 도입해 지난 1일부터 시행에 나섰다.

이 법은 중국의 300여개 환경시민단체가 오염물질 배출 공장을 상대로 공익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50만 위안(약 8300만원)에 불과했던 벌금 상한선을 없앴고, 오염 배출 기간을 계산해 하루 단위로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오염 업체가 시정명령을 이행할 때까지 매일 벌금이 부과될 수 있게 됐다. 환구시보 리우양(34) 기자는 “중국 역사상 가장 엄격한 환경보호법”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소액 벌금을 내면서 오염물질을 배출해 온 공장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베이징 인근에서 철강업체를 운영하는 중국인 A씨는 “규정이 좀 과하다. 전면적인 변화여서 무엇을 어디부터 바꿔야 할지 적응하는 시기”라며 “잘못하면 공장 문을 닫을 수도 있어 이 법에 대응하는 전담 직원 채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외국인도 사정은 비슷하다. 염색공장을 하는 B씨는 “거대 다국적 업체야 준비가 잘 돼 있겠지만 우리 같은 영세 업체는 정말 어렵다”며 “중국 당국이 얼마나 철저하게 법을 집행할지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 당국의 의지는 단호해 보였다. 왕웨이 중국 환경부 정책처장은 “중국 환경오염의 최대 피해자는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우리 자신”이라며 “법 집행을 철저히 해나갈 테니 조금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또 “중국은 향후 환경보호에 6조 위안(약 1056조원)을 쏟아부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친환경 전기차, 대륙을 달릴까=환경보호법에 이어 주목할 만한 움직임 중 하나는 전기자동차다. 지난달 17일 베이징자동차(北京汽車)그룹 산하 신에너지자동차유한공사 본사에는 신형 전기차 400여대가 1m 간격으로 진열돼 있었다. 적외선으로 쉽고 빠르게 배터리를 교체해주는 장비가 눈에 띄었다. 업체 관계자는 “주유하는 시간보다 적게 걸린다”고 했다. 280㎏에 달하는 중형 전기차 배터리를 교체하는 데 3분이 걸리지 않았다. 현재 베이징에는 이런 배터리를 장착한 버스도 도로를 달리고 있다.

본사 책임자인 하오쯔밍 중국 공산당 부서기는 “베이징 대기오염의 33%가 자동차 배출가스다. 미세먼지는 중국인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전기차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시장을 키우는 데 정성을 쏟고 있다. 후년까지 전기차를 구입하면 총 비용의 10%에 달하는 세금을 감면해준다. 1000억 위안(약 16조8720억원)을 투자해 충전소도 확충할 계획이다. 하오쯔밍 부서기는 “2020년까지 베이징시내의 뉴에너지 자동차 보유량을 20만대 이상으로 늘리는 게 목표”라며 “중국에서 맑은 하늘을 되찾는 건 생존을 위한 최고의 가치”라고 말했다.

베이징=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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