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뭉쳐야 숨쉰다] 中 미세먼지 공습… 담배연기 꽉찬 실내서 100분 숨쉰 꼴 기사의 사진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김민규(가명·35)씨는 지난달 29일 직장이 있는 광화문에서 동료들과 송년회를 가졌다.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날이었지만 연말 분위기에 들떠 도심을 활보했다. 결국 귀갓길에 목이 칼칼해 여러 번 헛기침을 해야 했다. 그는 미세먼지에 어느 정도 노출된 걸까.

이날 오후 9∼10시 광화문의 미세먼지(PM10) 농도는 218㎍/㎥까지 올라갔다. 하루 평균 농도는 109㎍/㎥였다. 영등포 역시 하루 종일 153㎍/㎥의 농도를 보였다. 미세먼지 농도를 보여주는 단위가 낯설다면 1㎥ 크기로 가상의 상자를 그려보자. 그 속에 100만분의 1g 무게의 미세한 입자 1개가 떠 있으면 1㎍/㎥이다. 성인 남성이 통상 하루에 9㎥의 공기를 마신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하루에만 김씨 몸으로 981∼1377개의 미세먼지가 파고든 셈이다.

청정지역으로 불리는 인천 백령도의 이성우(가명·40)씨 사정은 어땠을까. 이날 백령도의 미세먼지 농도는 새벽 1시에 145㎍/㎥로 상승하더니 두 시간 뒤 238㎍/㎥까지 치솟았다. 서울 도심보다 더 높았다. 이후 점차 옅어져 오후 10시쯤 87㎍/㎥로 떨어졌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새벽쯤 백령도에 상륙한 뒤 오후 늦게 서울을 강타한 것이다. 백령도의 하루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170㎍/㎥였다. 이씨가 들이마신 미세먼지는 1530개에 이른다.

환경보건 전문가들은 한반도 미세먼지의 40%가 중국에서 건너온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29∼30일처럼 농도가 높을 때는 중국 영향이 더욱 크다. 송창근 국립환경과학원 예보센터장은 “평소에는 중국의 영향이 40% 내외지만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될 때는 70∼8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미세먼지는 1급 발암물질이다. 지난달 29일 광화문과 백령도는 2시간 가까이 미세먼지 농도가 200㎍/㎥를 상회했다. 200㎍/㎥ 안팎에서 1시간 동안 노출됐다면 담배 연기로 가득 찬 실내에서 1시간40분 동안 숨쉬는 것과 같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2004년 이탈리아 연구진).

몸에 들어온 미세먼지는 폐 깊숙이 파고들어 혈액에 침투하고 혈전(피떡)을 만든다. 혈전은 뇌졸중이나 중풍을 일으킨다. 인체는 미세먼지를 걸러내지 못한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를 ‘지구촌 최악의 살인자’로 규정했다. WHO는 한 해에 담배 때문에 죽는 사람이 600만명 수준인 데 비해 미세먼지에 따른 사망자는 700만명에 달한다고 경고한다.

한·중·일 3개국은 ‘호흡 공동체’다. 지리적 인접성과 편서풍의 왕래가 세 나라의 공기를 구별하기 어렵게 만들어놓았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기 전까지 이를 실감하지 못했을 뿐이다. 세 나라는 뭉쳐야 건강하게 숨쉬며 살 수 있다. 3개국 정부의 대기환경 개선 노력과 환경 분야 협력의 현주소를 3회에 걸쳐 짚어본다.

베이징=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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