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배달 앱 ‘수수료 갑질’에 뿔나  대학생들이 ‘착한 앱’ 만들었다 기사의 사진
서울대 음식 배달 앱 ‘샤달’을 개발한 최석원씨.
스마트폰으로 음식을 주문할 수 있게 돕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의 최대 무기는 편리함이다. 터치 한번으로 메뉴와 가격을 파악해 주문할 수 있다는 점이 호평을 받으면서 지난해 시장 규모가 연간 1조원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배달원들은 “제발 직접 전화로 주문해 달라”고 호소한다. 쿠폰을 한 장 더 준다거나 음식을 더 많이 담아주겠다고 ‘은밀한 유혹’을 하는 곳도 있다. 앱을 운영하는 업체들이 최고 14.8%에 달하는 수수료를 떼기 때문이다. 자금력이 약한 영세 자영업자는 앱에 등록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 어쩔 수 없이 ‘인정’에 호소하는 것이다.

대학생들이 이런 배달 앱 시장의 그늘에 주목했다. 어떤 수수료도 없는 ‘착한 배달’ 앱을 만들어 배포하기 시작했다. 지역 상인들과 ‘함께 살아보자’고 시험 삼아 앱을 만들었다. 그런데 1년여 동안 55개 업체가 등록하더니 주문 2만여건이 이뤄졌다. 다른 대학에서도 앞 다퉈 비슷한 앱을 제작하고 나섰다. ‘착한 공생’은 이렇게 큰 물줄기를 만들었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최석원(22)씨 등 서울대 학생 5명은 지난해 10월 배달주문 앱 ‘샤달’을 출시했다. 샤달은 ‘샤’자와 유사한 서울대 정문 모습과 ‘배달’을 합친 단어다. 이 앱은 등재 수수료도, 주문 수수료도 모두 ‘0원’이다. 당연히 수익도 없다.

서울대 캠퍼스 주변 음식점들이 기존 배달 앱의 수수료 부담에서 벗어나도록 하자는 취지다. 출발은 우연히 찾은 신림동의 한 중식당 사장님의 하소연이었다. 그는 “배달 주문 수수료가 너무 비싸서 4500원짜리 짜장면 한 그릇을 팔면 700원이 남는다”고 했다.

기존 배달 앱은 유명 배우가 등장하는 광고를 하지만 정작 학생들 수요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관악구에서는 서울대 캠퍼스 안까지 배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학생들이 자주 찾는 음식점이 검색되지 않기도 했다.

2013년 9월, 최씨는 경영학과 이장원(22)씨와 함께 1주일간 서울대 캠퍼스를 이 잡듯이 뒤져 전단을 모았다. 중복된 걸 빼니 40개가 남았다. 부족한 정보는 뜻을 함께한 학내 커뮤니티 이용자의 제보를 받았다. 이렇게 56곳의 음식점 전단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전단에 나오는 음식점을 찾아가 믿을만한 곳인지, 전단과 동일한 메뉴가 나오는지 살폈다. 냉면 전문점인 것처럼 광고한 중국집을 적발해 명단에서 지우기도 했다. 전단을 모아 표로 만들고 전산화 작업을 하는 데 꼬박 6일이 걸렸다.

착한 배달을 내건 샤달은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다. 하루 평균 학기 중 100건, 방학 중 50건의 주문이 이뤄졌다. 공과대학 이민석(23)씨는 “처음에는 배달 앱 업체의 ‘갑(甲)질’에 대한 반발심으로 이용했는데 쓰다보니 서울대 주변 음식점을 가장 잘 반영한 것 같아 즐겨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샤달은 일부러 리뷰나 순위표를 넣지 않는다. 최씨는 12일 “리뷰나 순위표는 조작 위험성이 있다”면서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착한 공생의 불길은 다른 곳으로 옮겨 붙고 있다. 3월 연세대와 고려대 버전의 ‘캠퍼스 배달 앱’이 출시된다. 샤달의 취지에 공감한 두 학교 학생이 최씨에게 먼저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최씨는 “앱 개발과 출시에 이르는 과정은 0에서 1로 가는 것이 힘들다. 이미 1을 경험한 이상 다른 학교의 앱 개발은 빠른 시일 안에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훈 기자 zeitgeis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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