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박정수] 산업의 구조적 변화 절실하다 기사의 사진
우리 경제는 대·중소기업 양극화, 고용 없는 성장, 대외 충격에 취약한 경제 구조 등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들에 직면해 있으며 이러한 문제들은 다시 여러 사회경제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여년간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는 급격한 변화를 겪어 왔다. 전자기기,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우리의 주력 산업이 제조업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1년 37%에서 2010년 53.7%로 급격히 증가한 반면 경공업 비중은 25.6%에서 11.3%로 급감했다. 이들 주력 산업은 그 특성상 대기업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자본집약적 또는 기술집약적 산업이어서 대·중소기업 간 격차를 벌려 놓았고, 수출 지향적 산업이라서 우리 경제가 대외 충격에 더욱 민감하게 된 면이 있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 속에서 소수의 대기업들이 이들 주력 산업을 주도하게 되었고, 수출 품목 면에 있어서도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소수의 수출 품목에 의존하게 되어 결국 소수 기업들과 적은 수의 품목에 대한 시장 수요의 변화가 우리 경제 전체에 심각한 파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불안한 구조를 갖게 되었다. 사실 더 큰 우려는 우리의 주력 산업들에 있어서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점차 좁혀지고 있고, 2010년 이후 이들 산업의 수출증가율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우리 경제의 산업 구조는 대외 충격에 취약하며 지속 성장과 경제의 안정성을 뒷받침해 주지 못하고 있다.

나라마다 걸어온 역사와 현실적 제약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요 선진국들의 경험에서 우리는 우리의 약점을 치유해 줄 적절한 산업 구조와 기업 생태계에 대한 지향점을 찾을 수 있다. 우선 독일과 일본의 경험에서 볼 수 있듯 우리에게는 정밀기계, 정밀화학 및 부품·소재 산업 육성이 절실하다. 이러한 산업들은 시장 특성상 수요가 안정적이기 때문에 지속 성장을 이끌어나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누적된 기술 축적에 의존하기 때문에 개발도상국의 추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주로 기업 대상의 수요자 맞춤형 산업이라서 대기업보다는 중소·중견기업에 적합하므로 기업 간 양극화 문제와 고용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 하나의 지향점은 미국의 기업 여건에서 보듯 벤처나 창업, 진입과 퇴출이 활발한 기업 생태계에 의존해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성되고 자원이 효율적으로 재배분되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는 소수의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 생태계의 불안정성을 보정하고 경제에 새로운 활력과 지속 성장의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처럼 자유로운 기업 활동과 경쟁이 보장된 환경이 조성돼야만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산업 부문에서 승산이 있다고 본다.

문제는 이 두 가지 지향점이 이미 오래전부터 언급되어 왔지만 지금껏 가시적 성과가 없다는 점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장기적 구조개혁을 목표로 하는 정부 정책의 부재에 있다고 본다. 숙련집약적 특성의 부품·소재산업이나 창의력 기반의 벤처기업들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특성들을 갖춘 기업들이 출현하기에 적합한 기업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즉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기업 네트워크 조성, 적합한 인력의 기술훈련, 교육 시스템, R&D 혁신 시스템 전반에 걸쳐 적절한 환경을 조성하는 구조개혁이 필요하고, 이는 그동안 단기적 성과에 급급하며 직접적이며 단편적인 지원제도 입안에 치중해 온 정부 정책 방향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 입장에서도 새로운 아이디어와 도전의식을 갖춘 창업 경험이 있는 인력들이 기업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인식의 전환과 함께 인력 충원에 있어서 다양성에 치중해야 비로소 기업 차원 그리고 경제 전체 차원에서 창의 기반이 조성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어렵고 힘든 도전이 되겠지만 현시점에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선택이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