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재임 시절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지 못한 것이 통한으로 남는다”고 말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총재가 2012년 12월 26일 총리직에 복귀하면서부터 일본의 우경화는 예고된 일이었다. 그는 한국과 중국의 강력한 반발에도 취임 1주년을 맞은 2013년 12월에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전격 참배했다. 문제는 아베와 같은 소수의 극우 정치인만이 일본의 우경화를 이끌고 있는 게 아니란 점이다.

지난해 8월 아사히신문이 일본군 위안부 관련 과거 기사 가운데 16건을 오보로 인정하고 취소한 일은 일본 우익들이 전방위적으로 발호하는 계기가 됐다. 우파 성향의 언론이 가장 먼저 움직였다. 산케이신문, 요미우리신문 등은 잇따라 ‘아사히=매국의 DNA’와 같은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공격했다. 아베 총리를 비롯해 정치인들도 여기에 가세했다.

아사히는 단지 요시다 세이지(사망)란 인물의 증언을 토대로 한 기사를 취소했을 뿐인데 이들은 내친김에 위안부 강제 동원 자체를 부정하고 나섰다. 주변국 반발과 여론 악화를 의식해 위안부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과한 고노(河野) 담화를 부정하지는 못하면서도 ‘고노 담화를 계승하되 검증한다’는 기괴한 논리로 흠집냈다. 그러면서 위안부를 ‘군사적 성노예’로 규정하고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권고한 유엔 인권위원회의 ‘쿠마라스와미 보고서’에 대해 철회를 공식 촉구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일본의 움직임에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아베 정권이 역사를 들쑤시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민간 차원의 우경화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지난해 일본 출판가에 ‘혐한(嫌韓)’ 서적 바람이 분 것은 물론 온라인 중심으로 이뤄졌던 혐한 활동도 오프라인으로 확대됐다. 2009년 7000명이던 혐한단체 재특회(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 회원은 지난해 1만5000명으로 배 이상 늘었다. 활동도 점점 과격해져 전직 아사히신문 기자에 대한 테러 협박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의 잔학성을 담은 할리우드 영화 ‘언브로큰’ 관계자의 입국을 막기까지 했다. 이에 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요즘 일본은 1930년대 일본을 떠올리게 한다”고 꼬집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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