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교정상화 50년] 右로 右로… 군국주의 되살리는 게 정상국가? 기사의 사진
역사교과서 수정, 고노(河野) 담화 재검증, 집단자위권 용인, 평화헌법 개정….

일본이 심상치 않다. 2006년 총리에 취임했다 1년 만에 건강 문제로 사퇴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2012년 민주당으로부터 정권을 탈환해 총리에 재취임하면서 우경화 행보가 본격화되고 있다. 당 안팎에 그를 견제할 만한 세력이 없는 탓에 향후 최대 5년간 장기 집권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어 ‘전쟁할 수 있는 국가’를 만들기 위한 아베 총리의 구상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아베의 야심은 ‘전후 체제로부터의 탈피’=아베 총리의 우경화 정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정상국가화’다. 1945년 태평양전쟁 패전 후 연합국이 일본에 부과한 전후 체제를 극복해 일본 또한 군사력을 갖고 적극적인 외교·군사 활동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보수 정객인 오자와 이치로 ‘생활의 당’ 현 대표가 90년대 초 내놓은 ‘보통국가론’이 그 기원이다.

아베 총리의 생각 또한 이러한 주장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는 1차 아베 내각 출범 직전인 2006년 7월 자신의 향후 정국 구상을 담은 ‘아름다운 나라로’를 출간했다. 2개월 뒤 전후 최연소 총리 기록을 세우며 화려하게 등장한 그는 이 책을 자신의 홍보에 적극 활용한다. 책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전후 체제로부터의 탈피’다. 헌법을 개정하고 집단자위권 행사를 용인해 종전 후 70년간 이어진 국가 체제를 근간부터 바꾸겠다는 것이다.

◇‘비정상 상태’라고 주장하는 ‘전후 체제’란=전후 체제의 기원은 일본이 무조건 항복을 선언한 194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연합군의 일본 진주 후 더글러스 맥아더 미 육군 원수를 수장으로 수립된 연합군총사령부(GHQ)는 일본 군국주의 체제에 대한 대대적인 해체 작업에 들어간다. 언론자유를 인정하는 등 민주주의 체제를 도입했다. 태평양전쟁 발발을 주도한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전범 25명을 재판에 회부해 7명을 사형시켰다.

전후 체제의 핵심은 ‘평화헌법’이다. GHQ는 구 일본제국의 헌정 체계가 일본이 침략전쟁을 일으킨 주된 요인으로 봤다. GHQ 주도로 제정된 헌법의 9조는 군대 보유 포기와 교전권 부인, 전쟁 금지 등을 담았다. GHQ는 ‘천황제’ 폐지도 검토했으나 일본 국민의 전면적 반발을 우려해 존치하기로 했다.

미국 주도로 제정된 헌법에 대한 불만은 전후 체제 출범 초기부터 이어졌다. 1955년 ‘보수대합동’으로 거대 여당인 자민당을 창당하는 등 막후에서 정국을 주도해 ‘쇼와(昭和·히로히토 천황의 연호)의 요괴’로 불린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는 1958년 10월 9일 미국 NBC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헌법 9조를 버릴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기시 전 총리의 외손자가 바로 아베 총리다.

아베 총리는 기시 전 총리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를 자신의 ‘정치적 롤모델’로 삼고 있다. 그가 지난달 총선에서 압승한 뒤 언론 인터뷰에서 “헌법 개정은 자민당 창당의 원점(근본 취지)이다. 창당 이후 줄곧 개헌을 주장해왔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아베의 ‘새로운 일본’에 美 ‘환영’ vs 韓·中 ‘우려’=이런 아베의 움직임에 일본의 동맹국인 미국은 대체로 환영하는 입장이다. 오랜 기간 지속된 ‘테러와의 전쟁’으로 국방비 부담이 커지면서 일본의 재무장이 어느 정도 미국의 짐을 덜어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특히 중국이 ‘군사 대국화’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의 재무장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반면 일본 침략에 직접적 피해를 입은 한국과 중국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상국가’ ‘전후 체제로부터의 탈피’라는 구호에 비춰볼 때 옛 군국주의 망령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깊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강제 연행, 난징 대학살 등 과거 침략 역사를 호도하려는 아베 총리의 ‘수정주의적’ 관점은 이 같은 우려를 더욱 부추긴다. 아베 총리가 아직까지는 과거 침략에 대한 사죄 입장을 담은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를 전면 부정하지는 않고 있지만 오는 8월 15일 종전 70주년을 맞아 발표할 예정인 ‘아베 담화’에 어떤 내용이 담기느냐에 따라 동북아 정세는 또 한번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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