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웃 다 챙겨요… 일석이조 ‘착한 계단’ 기사의 사진
14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 민자역사에서 어린이들이 ‘기부하는 건강계단’을 오르내리며 즐거워하고 있다.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면 기부금이 적립돼 장애아동들의 보행보조기구 지원에 사용된다. 구성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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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2시30분쯤 서울시청 옆 지하철 시청역 5번 출입구 계단 앞.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서울광장 쪽에서 내려온 초등학교 2∼3학년쯤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가 계단 옆에 부착된 안내판을 힐끗 보더니 이내 계단을 오른다. 아이가 계단을 밟을 때마다 조명이 켜지며 음악이 흘러나온다.

파란색 바탕의 안내판에는 ‘건강기부계단’이라는 글씨와 함께 안내문이 붙어 있다.

‘건강기부계단을 걸으면 152초 생명 연장, 5.85칼로리 소모되고, 장애아동의 보행보조기구 지원을 위해 10원씩 기부됩니다.’

딸의 행동을 지켜보던 엄마도 안내문을 읽어 본 뒤 이내 딸을 따라 계단을 오른다.

딸과 함께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에 들렀다 가는 길이라는 조현희(37·여·서울 내발산동)씨는 “건강에도 좋고, 기부도 할 수 있는 착한 계단”이라며 “이제 알았으니 앞으로는 에스컬레이터 대신 이 계단을 이용하겠다”고 말했다.

시청역 건강기부계단은 서울시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공동으로 설치해 지난달 23일부터 운영하고 있다. 계단을 올라가거나 내려갈 때마다 1인당 10원씩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기부하고 이 돈은 혼자서 걷기 어려운 아동들의 보행보조기구 지원에 쓰이게 된다. 이날까지 23일 동안 시청역 건강기부계단 이용자는 3만6000여명, 하루 평균 1560여명꼴인 셈이다. 기부금은 36만원이 모아졌다. 안내판에 있는 전광판을 보면 이용자 현황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건강기부계단은 현재 서울 9곳에 설치돼 있다. 지난해 1월 6일 시청 지하 시민청 입구에 1호가 설치됐고 이후 신도림역, 영등포역, 청량리역, 잠실역, 금천구청역, 오목교역, 시청역, 왕십리역으로 확대됐다. 기부금을 내는 후원기업들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한국야쿠르트, 디큐브시티백화점, 롯데백화점, 마사회, 롯데물산, 희망종합병원·서울대효재활병원 등으로 다양하다.

건강기부계단을 설치한 후 계단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부쩍 늘었다고 시는 밝혔다. 시민청 건강계단은 이용률이 설치 전 6.5%였으나 설치 후에는 22%로 증가했다. 1년 간 시민청 건강계단에서 적립된 기부금만 400만원이 넘는다. 지난해 9월 설치한 신도림역 건강계단도 이용률이 3%에서 29%로 급증했다. 시는 명동역, 녹사평역, 오목교역에도 이달 중으로 건강계단을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강종필 시 복지건강실장은 “기부하는 건강계단은 건강도 챙기고, 기부도 하는 1석2조의 효과가 있다”며 “시민 반응을 모니터링해 확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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