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중국의 혁명, 中 요리에는 反혁명이었다 기사의 사진
1939년 중국 옌안에서 공산당을 이끌던 시절의 마오쩌둥. 그가 주도한 사회주의혁명과 문화혁명은 중국 음식에겐 재앙과 같았다. 말할 수 없이 다양하고 호사스럽던 중국 음식은 그 시기에 급속히 획일화되었다. 교양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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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주제로 중국의 역사, 특히 근현대사를 들여다보는 책이다. 20세기 사회주의 혁명과 문화혁명이 불러온 중국 요리의 변화를 주요하게 다룬다. 우리가 잘 모르는 중국 요리의 세계를 폭넓게 전해주면서 중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흥미롭고 날카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저자가 일본인 요리평론가라는 점이 다소 의외인데, 1960년대 말부터 30여년간 중국을 드나들며 문화혁명 등 중국 현대사를 지켜봤고 본토의 음식 문화를 두루 접했다. 저자에 따르면 중국 음식의 특징은 변화에 있다. 그리고 중국 음식의 변화를 불러오는 주된 요인은 정치적 변동이었다.

“중국 요리의 특색은 다른 어떤 곳의 요리보다 시대와 함께, 그리고 정치적 분위기와 인간의 움직임과 함께 책장을 넘기듯 변해 간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요즘 베이징에는 매운 맛 요리가 지배적이 됐다. 면 요리만 봐도 달짝지근한 자장면은 다 사라지고 매콤한 비빔국수인 단단면이 장악했다. 매운 맛이 쓰촨 요리의 특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 배경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1984년 민간의 상업 거래가 허용되면서 베이징에 새로 음식점들이 생겨나는데 “덩샤오핑이 인민의 인기를 한 몸에 받으면서 그가 태어난 고향 쓰촨의 단단면이 시대를 상징하게 되고, 곧 사람들이 가장 먹고 싶어 하는 음식으로 떠오른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한다.

중화인민공화국을 건립한 혁명가 마오쩌둥은 개혁개방의 지도자 덩샤오핑과 사상 면에서 크게 달랐지만 입맛은 같았다. 그는 평생 고향 음식인 후난 요리를 즐겨 먹었다. 후난 요리는 기름과 고추를 많이 썼다. 마오쩌둥은 “매운 것을 먹지 않으면 혁명을 할 수 없다”는 말도 했다.

저자는 독자들을 끌고 마오쩌둥 시대부터 덩샤오핑 시대까지 베이징, 상하이, 쑤저우 등 각지를 오가며 격변했던 중국 근현대사의 풍경들을 보여준다. 1970년대 베이징 뒷골목 거민식당에선 ‘혁명의 맛’을 만나게 된다. 주민자치위원회 성격의 거민위원회가 운영하는 거민식당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사상 교육의 장이었다. 거민식당에 가지 않으면 ‘요주의 인물’로 낙인찍혔고, 가서 묵묵히 밥을 먹는 것이 문화혁명 시대의 가장 훌륭한 처세였다.

“식당에 들어가면 벽과 탁자를 커다란 국자로 탕탕 치며 위협하는 거민위원회 아주머니가 ‘마오쩌둥 어록’을 암송하라고 채근하곤 했다. 아무리 초라한 음식이라도 그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위대한 영도자 마오쩌둥 동지 덕택이다. 또 초라한 음식을 먹을수록 부르주아 계급 타도를 위한 혁명적 행동이기 때문에 칭찬받아 마땅했다. 그러니 절대로 맛있는 음식이 나올 리가 없다.”

그가 경험한 ‘혁명의 맛’은 맛이 없었다. 문화혁명은 중국 요리의 역사에서 암흑의 시대였다.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 지역별 음식 문화가 발달한 중국에서 문화혁명을 거치는 동안 맛의 획일화가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민영 음식점이 금지되었고 외식 문화가 사라졌다. 전통 있는 음식점들은 홍위병의 습격을 받았다.

중국 요리의 다양성을 다양한 민족의 왕조 교체 역사에서 찾는다거나, 명나라와 청나라 말기 득세했던 환관들이 미식의 시대를 열었다는 분석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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