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김준동] 평창, 2018년 2월 9일 웃으려면 기사의 사진
3년6개월 전인 2011년 7월,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남아공 더반에서 날아온 낭보로 대한민국은 떠들썩했다. 우리시간으로 정확히 7일 새벽 0시18분이었다.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손에 쥐고 있는 카드를 뒤집으며 어눌한 발음으로 외쳤다. “표∼옹 창.” 강원도민은 물론 국민들이 그토록 불리길 바랐던 바로 그 단어 ‘평창’이었다. 삼수 끝에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평창이 결정되던 날, 모두는 환호했고 기뻐했다. 일부 언론은 아시아에선 일본만 개최한 부자 올림픽을 우리도 유치했다며 ‘코리아 국가 브랜드 업그레이드’라는 제목까지 달았다. 경제효과 64조9000억원 등 온갖 장밋빛 청사진이 쏟아졌다. 두 번 고배를 마신 후 맛본 달콤한 승리였기에 더 그랬을 것이다. 당시 로게 위원장은 냉정한 충고를 잊지 않았다. “파티는 빨리 끝내라. 남은 7년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다.”

그때는 몰랐지만 3년여가 흐른 지금, 그 말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평창올림픽 개막(2018년 2월 9일)이 이제 3년1개월밖에 남지 않았지만 곳곳에서 대회가 제대로 열릴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파티에 너무 심취해서인지 긴 시간을 허송세월했기 때문이다.

준비 상황을 보자. 새로 지어야 할 6개 경기장은 착공 예정보다 평균 2년 반 늦은 작년 6∼10월에야 첫 삽을 떠 현재 공정률이 6∼14%에 불과하다. 개·폐막식장은 물론 선수촌, 메인프레스센터(MPC) 등 핵심은 아직도 설계 중이다. 교통 인프라 건설도 지지부진하다. 유치 당시 비장의 카드로 내밀었던 ‘인천공항∼평창 68분 주파’는 80∼90분으로 바꾼 지 오래고, 경기장 진입도로 9개 가운데 7개는 착공도 못한 상태다. 이러다 보니 정작 중요한 올림픽 후 사후 관리는 아예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비용 분담을 둘러싼 정부와 개최지 강원도의 지루한 대립, 대회조직위원회의 무력화 등이 겹친 탓이다.

이를 답답하게 지켜보던 IOC는 급기야 일본과의 분산 개최 방안을 들고 나왔다. IOC가 분산 개최를 꺼내든 것은 평창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 중 하나라는 분석도 있다. 국내에서는 북한이나 무주 분산 개최 방안 등도 고개를 들었다. 이렇게 되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어렵게 유치한 대회이고 각 경기장 공사가 이미 진행 중인 상황에서 분산 개최 논의는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맞는 말이다. 이제 와서 대회를 나눠 치르자고 하면 공사가 한창인 경기장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비용, 비용 얘기하지만 그에 따른 막대한 손실은 또 어찌할 것인가. 겨우겨우 운영 플랜을 정상화시켰는데 다시 원점에서 시작하다간 자칫 대회를 못 치를 수도 있다. 준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13일 입국한 구닐라 린드베리 IOC 조정위원장도 “평창이 원하지 않는 한 분산 개최는 없다”고 했다.

무조건 건설 예산을 늘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비용에 대한 축소 지향적 시각도 바꿀 필요가 있다. 올림픽을 너무 경제적 측면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올림픽을 통해 스포츠·문화 콘텐츠를 만들고 마케팅으로 최대의 수익을 창출할 방법을 먼저 찾아야 한다. 눈에 보이는 이익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국가 이미지 제고나 국격 상승, 국민의 자긍심 고취 등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무형의 가치도 소중하다. 그리고 김연아, 이상화, 박태환, 손연재라는 세계적인 스타들은 물론 불모지에서 기적을 일구고 있는 무수히 많은 선수들까지, 이들이 그냥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이 모든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월드컵축구대회 등 각종 국제대회를 거치면서 구축된 국내 스포츠 인프라의 산물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정부와 강원도, 조직위는 ‘엇박자’에서 벗어나 유치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성공 올림픽을 향해 매진해야 한다. 유치 비전이었던 ‘새로운 지평(New Horizons)’을 열겠다는 각오로 말이다. 그래야 2018년 2월 9일에 환하게 웃을 수 있다.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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