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이지현] 분노의 갑옷을 벗어라 기사의 사진
우리는 살아가면서 종종 상처를 받는다. 가족이나 친구로부터도 상처를 받을 수 있다. 경쟁자가 나에 대해 나쁜 말을 퍼뜨릴 수도 있으며, 믿는 사람으로부터 배신을 당할 수도 있다. 고의적인 경우도 있지만 상대방의 의도하지 않은 행동이나 말에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예기치 않은 재해로 삶의 막다른 골목에 다다를 때도 있다.

수시로 마음 돌봐주어야

일반적으로 상담학에서는 고의적이든 아니든 우리가 상처 받을 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전형적인 반응은 분노라고 말한다. 이 분노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면 정신건강뿐 아니라 육체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 듀크대 레드포드 윌리엄스 교수는 ‘분노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조사’에서 “분노 수준이 너무 높은 사람들은 혈압이 상승하고 동맥벽이 손상돼 심장질환을 일으키기 쉽다. 반면 만성적으로 화를 참아도 암세포를 죽이는 NH 세포 활동이 억제되어 심하게 화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져 암 발병률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상처는 돌이켜볼 때마다 점점 커진다. 그러나 분노한다고 지나간 시간이 변하는 것도 아니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이런 감정은 어리석은 행동을 낳기 때문에 하루 빨리 털어 버려야 한다.

분노가 치밀면 일단 한 걸음 물러서야 한다. 90초간 심호흡을 한 후 ‘내가 왜 이렇게 화가 났지’하고 잠깐 생각해본다. 먼저 분노의 이유를 스스로에게 묻는 게 중요하다. “그를 보기만 해도 울화가 치밀어”라고 말하는 순간 분노의 대상이 감정을 조정한다. 따라서 분노에 저항하지 말고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이 과연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분노를 분석한 후 상대에게 적절하게 얘기한다. 단 주어는 ‘너’가 아니라 ‘나’여야 한다. “너 때문에 내가 짜증나 죽겠어”가 아니라 “나는 너의 그런 행동에 화가 난다”고 말하는 편이 좋다. 분노가 치밀어오를 때 다른 생각을 해보는 것도 좋다. 즐거웠던 일, 좋아하는 사람,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해 보면 효과적이다.

자신을 아프게 하지 말라

신뢰할 만한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아도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또 글쓰기는 감정을 쏟아내는 안전한 장소가 될 수 있다. 일기에 누구에게도 알리지 못한 나만의 비밀을 털어놓았던 경험을 떠올리면 쉽게 공감할 수 있다. 화가 날 때 하고 싶은 말을 종이에 써보자. 어느 정도 분노 상황이 정리되면서 화를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

이처럼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상처를 치유하는 첫걸음이다. 그동안 우리는 외모엔 신경을 써왔지만 마음은 소홀히 해왔다. 옷이나 얼굴은 사람들이 보지만 마음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가꾸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이야말로 우리 마음대로 안 되는 영역이다. 마음을 수시로 돌봐주어야 한다. 마음을 돌보지 않으면 부정적인 감정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눈덩이처럼 커진다.

마음에 덕지덕지 입혀졌던 분노의 갑옷을 벗어 버리고 어두운 감정의 터널을 걸어나오면 우린 어제보다 더 건강해진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상처를 입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상처를 내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상처를 내지 않는 사람은/ 끝없이 많은 고통을 당해도 강해진 채/ 고통에서 걸어나온다….”(초대 교부 성 요한 크리소스톰의 시 ‘너 자신을 아프게 하지 말라’ 중에서).

이지현 종교기획부장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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