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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나무 친해지기] (3) 살아 있는 화석, 은행나무

[풀·꽃·나무 친해지기] (3) 살아 있는 화석, 은행나무 기사의 사진
은행나무 짧은 가지. 필자 제공
잎이 달려 있을 때 은행나무를 못 알아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잎이 없는 겨울에도 쉽게 구별해낼 수 있는 것이 은행나무다. 투박하게 뻗는 가지 위에 포유동물의 젖꼭지처럼 생긴 단지(짧은 가지)가 촘촘히 솟아 있기 때문이다.

단지는 무거운 과일을 매달기 위한 장치로서 비교적 큰 열매가 열리는 장미과 과일나무들이 갖는 일반적인 특징이다. 은행나무의 단지 끝에는 잎이 여럿 뭉쳐 난다. 그리고 잎자루와 가지 사이에서 꽃과 열매가 무리지어 달린다.

은행나무는 정말 특이한 점이 많은 나무다. 종자식물 가운데 가장 먼저 지구상에 출현한 원시식물이기 때문이다.

먼저 은행나무는 분류학적으로 은행나무문의 하나밖에 없는, 살아 있는 화석식물이다. 일가친척 하나 없는 식물인 것이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출현한 소철문에는 일가친척이 140종이나 있다.

은행나무의 꽃가루는 소철과 마찬가지로 꼬리가 있어 이동할 수 있다. 그래서 꽃가루라고 하지 않고 정충이라고 한다. 물속에서 헤엄쳐 가루받이를 하던 조상(수중식물)의 유산일 것이다.

은행나무는 고생대 말인 2억5000만년 전 지층에서 화석으로 발견되고 중생대에는 로라시아 대륙(현재의 북반구 대륙)에 번성했다. 그러다 신생대에 와서는 현재의 종 하나만 살아남았고 500만년 전부터는 이마저도 중국에서만 화석으로 발견된다. 은행나무의 자생지도 현재까지 중국 양쯔강 하류 천목산 한 곳 외엔 발견되지 않고 있다.

또 은행나무 잎에는 항균 성분이 많고 열매엔 은행산이라는 독이 있어 잎과 나무, 열매에 벌레가 꼬이지 않는다. 은행나무가 가로수로 많이 심어진 이유의 하나이다.

최영선(자연환경조사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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