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電 우리에게 무엇인가] “주민을 乙로 생각하면 안돼… 끌어안는 진정성 필요”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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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이 지난해 원자력발전소 유치신청 철회를 위한 주민투표에서 85%의 찬성률을 이끌어 내면서 정부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정부는 삼척 주민투표가 법률적 효력이 없다며 강행 의지를 밝혔지만 민심을 마냥 무시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그렇다고 유치를 철회할 경우 국책 사업에 대한 정책 신뢰도가 무너질 수 있고, ‘반(反)원전’ 분위기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우려도 있다.

정부는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삼척 원전 건설 문제를 포함할지 여부를 올 상반기 중 결정하기로 했다. 국민일보는 18일 국내 원전 전문가 31명에게 삼척 갈등의 해법을 자문했다.



뿌리 깊은 원전 갈등

삼척은 1982년 근덕면 덕산리 일대가 원전부지 예정지로 고시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주민 반발로 16년 만인 1998년 예정고시가 해제됐지만 2010년 김대수 전 삼척시장이 다시 원전 유치신청서를 한국수력원자력에 제출하면서 2차 갈등이 전개됐다. 당시 김 전 시장은 유권자 96.9%가 찬성했다는 서명부를 근거로 유치 신청서를 제출했고, 정부는 2012년 9월 삼척을 다시 원전 예정구역으로 고시했다.

그러나 그 사이 반원전 운동이 전개됐다. 김 전 시장의 서명부 조작 의혹이 제기됐고,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원전유치 철회를 공약으로 내건 현 김양호 삼척시장이 당선되면서 갈등이 극대화됐다. 삼척은 지난해 10월 주민투표까지 실시했지만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첨예한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지난해 삼척 주민투표의 법률적 효력 여부에 대해선 정부 손을 들어줬다. 31명 중 19명은 삼척 주민투표 결과가 정부 원전 정책에 직접적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봤다. 원전 유치는 지방 사무지만 삼척은 이미 유치신청이 이뤄진 만큼 국가 사무에 해당하는 원전 건설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응답은 원전 건설을 반대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고르게 나타났다. 정부가 주민투표의 법적 효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응답은 2명에 불과했다.



일방적 밀어붙이기는 안 돼

전문가들은 그러나 일관되게 정부에 ‘숨고르기’를 주문했다.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삼척의 경우 정부가 강제적인 방법으로 원전 건설을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상당기간 최종결정을 유보하고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정화 강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원전 건설은 주민 수용성(주민 찬성률)이 가장 중요하다”며 “원전 건설에 대한 거부감이 큰 상황에서 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일 경우 ‘제2의 부안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반응은 원전 건설 찬반 여부와 무관하게 대다수 전문가들 사이에서 두루 지적됐다.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두승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력 수급 측면에서 원전 추가 건설이 당장 시급한 게 아닌 만큼 원전 건설을 너무 단기적으로 볼 일은 아니다”며 “서두르면 많은 걸 잃게 된다”고 말했다. 황주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울진 영덕 등 다른 지역에서 원전이 건설돼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원전 건설로 인한 지역 혜택이 가시화되는 모습을 보여줘 주민들이 생각을 바꿀 시간을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운관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정부 결정이 주민투표에 의해 쉽게 좌지우지돼선 안 되지만 너무 급하게 몰아가려고 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양이원영 ‘핵없는사회를위한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주민투표의 법적 효력은 없지만 법적인 절차가 미비하다고 정부가 정책을 밀어붙이면 정당성과 정치적 신뢰까지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원전 불안감 해소, 끊임없는 소통과 투명성이 답

전문가들은 삼척 주민들의 원전 수용성이 뒤바뀐 주요 원인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각종 원전비리를 꼽았다. 특히 후쿠시마 사고는 원전 안전 신화를 무너뜨렸고 국내에서 반원전 운동의 불을 지폈다는 것이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이후 국내에서 발생한 각종 원전비리 및 사고 빈발 등이 원전 유치 갈등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삼척의 경우 원전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원전 유치 문제가 정치 쟁점화되면서 갈등이 비화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목진휴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원전 건설은 정책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지만 삼척 시장이 반원전을 공약으로 들고 나오면서 정부 사업이 정치 쟁점화가 됐고 그로 인해 갈등이 빚어졌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원전 안전성이나 필요성을 제대로 알리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정책 신뢰성까지 잃게 됐다고 분석했다. 끊임없는 소통과 투명성으로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윤창 강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원전 정책은 정부가 신뢰를 주면서 굉장히 투명성 있게 진행해야 한다. 에너지 수급 상황이나 안전성 문제 등을 적나라하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식으로 가야 하는데 정부가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특히 “정부가 ‘원전 유치 신청은 삼척이 먼저 했으니 알아서 책임져야 한다’는 식으로 대응해선 안 된다”며 “정부가 진흙탕에 들어와야 하는데 손에 흙 묻히기 싫으니 돈으로 해결하겠다는 식이다. 이렇게 해서는 원전 정책을 올바로 펼 수가 없다”고 단언했다.

송하중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원전 유치 신청 주민들을 ‘을’로 생각하며 ‘묻지마’ 식으로 정부 정책을 따르기를 강요한 측면이 있다”며 “반대하는 그룹을 끌어안는 제스처를 보이지 않고 무조건 따르라는 식이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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