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電 우리에게 무엇인가-르포] ‘갈등 33년’ 삼척 “끝없는 논란 빨리 끝냈으면” 기사의 사진
삼척원전백지화범시민연대 관계자가 지난 13일 오후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원전 건설 예정 부지를 가리키고 있다. 이곳은 2012년 9월 원전 건설 예정구역으로 지정고시돼 파헤쳐진 뒤 3년 가까이 방치되고 있다. 삼척=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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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삼척 주민들은 원자력발전소 유치를 둘러싸고 30여년 동안 이어진 끝 모를 갈등에 지쳐 있었다. 반면 경북 울진은 30년 가까이 안전하게 가동된 원전에 신뢰를 보냈고, 정부의 지원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었다. 동해안 응봉산을 사이에 두고 남북으로 이웃한 두 지역의 분위기는 대조적이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 정부와 주민들 사이에 신뢰와 소통이 있느냐 여부가 관건이었다.

강원도 삼척 주민들은 33년간 이어진 원자력발전소와 관련한 논란을 이제 ‘제발’ 끝내고 싶어했다. 신규 원전 유치 여부에 관한 주민투표가 시행된 지 석 달이 채 안 된 지난 13일 원전 예정 부지인 근덕면에서 만난 주민 장모(64)씨는 어떤 방향으로든 원전 논란이 정리되길 희망했다.

경사가 심한 언덕을 따라 바닷가까지 이어진 1차로 도로 옆에 낡은 집들이 들어서 있는 작은 어촌. 마을 입구에서 항구에 이르기까지 어디에도 원전 유치나 반대 등 지난해 10월 치러진 주민투표와 관련한 표면적인 갈등은 눈에 띄지 않았다. 삼척 시내를 가득 메웠던 플래카드는 모두 사라지고 일부 지역에 원전 반대 노란 리본이 걸려있을 뿐이었다.

장씨는 원전 이야기를 꺼내자 긴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원전이 들어오려면 빨리 들어오고, 안 들어오려면 빨리 예정 고시를 풀어 달라”며 “내 말을 그대로 기사에 옮겨 달라”고 수차례 당부했다. 장씨가 살고 있는 근덕면 일대는 2012년 9월 원전 건설 예정구역으로 지정고시됐다. 장씨는 “이때부터 삶이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예정구역으로 묶이면서 주민들은 재산권을 행사하기 어렵게 돼 이사도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됐다. 또 낡은 집을 고치고 싶어도 언제 떠나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러지 못했다. 주민들 사이에는 원전에 대한 입장을 놓고 허물기 힘든 벽도 생겼다.

장씨는 “솔직히 자기 집 앞에 원전이 들어오길 바라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하지만 두 번이나 양보한 정부가 이번에도 양보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장씨는 어떤 방향으로든 정부가 빨리 결정을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삼척시도 무조건 원전 반대만 주장하지 말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근덕면 주민들이 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척시내에서도 원전과 관련한 ‘보이지 않는 갈등’은 진행 중이었다. 삼척우체국 앞에서는 지난달 22일부터 삼척원전백지화범시민연대가 매일 1시간씩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1인 시위에 나선 심재운(67) 공동위원장은 ‘삼척 원전 백지화’ ‘김양호 시장 탄압 중지’라는 글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심 위원장은 “지난해 주민투표 이후 주민들 간 갈등은 많이 잦아들었다”며 “주민의 85%가 반대하는데 무슨 이견이 있겠느냐”고 전했다. 그는 “삼척시민들은 1982년 정부가 일방적으로 고시했던 원전 계획을 16년 만에 해제시킨 경험이 있다”며 “올해 상반기 발표 예정인 제7차 전력수급 계획에서 삼척 원전 계획이 반드시 철회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반면 ㈔삼척시원자력산업추진협의회는 전혀 다른 결과를 장담했다. 이연우 상임대표는 “반대 주민이 85%라는 것은 완전히 과장된 숫자”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주민투표에서 총 투표자 2만8868명 가운데 84.9%(2만4531명)가 반대표를 던졌는데, 이를 전체 지역 유권자(6만1597명)와 비교하면 반대 의사를 가진 주민이 39.8%에 불과하다는 논리다. 협의회는 일단 당분간 조용한 홍보활동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공이 정부로 넘어간 마당에 불필요한 갈등은 유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도 “정부의 전력수급 계획에서 삼척 원전이 빠질 이유가 없다”고 확신했다.

원전 유치와 관련한 삼척시민 간 갈등은 표면적으로는 봉합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찬성 측과 반대 측 모두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부가 움직일 것으로 믿고 있어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고, 언제든 다시 발화될 가능성이 높다.

삼척=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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