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電 우리에게 무엇인가-르포] ‘신뢰 27년’ 울진 “안전 믿으니 추가 건설 찬성” 기사의 사진
경북 울진군 신한울 원전 1·2호기 건설 현장에서 지난 14일 건설 근로자들이 크레인을 동원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3·4호기 추가 건설이 지난해 11월 타결되면서 1·2호기 건설도 탄력을 받았다. 울진=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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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삼척 주민들은 원자력발전소 유치를 둘러싸고 30여년 동안 이어진 끝 모를 갈등에 지쳐 있었다. 반면 경북 울진은 30년 가까이 안전하게 가동된 원전에 신뢰를 보냈고, 정부의 지원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었다. 동해안 응봉산을 사이에 두고 남북으로 이웃한 두 지역의 분위기는 대조적이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 정부와 주민들 사이에 신뢰와 소통이 있느냐 여부가 관건이었다.

“‘큰 불’이 들어온다고 떠들썩했지.”

경북 울진군청 인근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최정래(65·여)씨는 지난 14일 울진에 처음으로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온다고 얘기가 돌았던 1970년대를 회상하면서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인근 지역과 비교해 낙후됐던 울진이 발전소 시설을 세우면서 잘살게 될 것이란 기대감에 가득 찼다는 얘기다. 포항제철소가 들어선 뒤 풍요로워진 이웃 도시 포항과 비교하는 이들도 많았다고 했다.

한울원전 1호기가 1988년 울진군 북면 부구리에서 첫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후 27년이 지났다. 원전은 주민들에게 막대한 부(富)를 안겨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30년 가까이 원전을 품고 산 울진 주민들에겐 최소한 ‘등불’ 같은 존재는 되는 듯 보였다. 최씨는 “그래도 저것(원전) 때문에 먹고사는 사람이 많다”며 “이제는 너무 익숙해서 원전 없는 울진은 생각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북면에 인접한 죽변항에서 대게 통발을 손질하던 강순실(46·여)씨도 ‘원전으로 먹고사는’ 주민 중 한 사람이었다. 남편 이모(47)씨가 현재 건설 중인 신한울 1·2호기에서 건설노동직으로 일하면서 부부가 대게잡이로 근근이 유지하던 생계가 한층 나아졌다고 했다. 강씨는 “이번에 원전을 더 짓기로 하면서 이제 막 고등학생이 된 막내아이 대학 등록금 걱정을 덜게 됐다”며 미소를 지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울진군은 지난해 11월 21일 신한울 3·4호기를 추가 건설하는 대신 지역에 2800억원을 지원하는 내용의 합의안에 서명했다. 3·4호기는 2023년 준공 예정이다.

원전 안전에 대한 울진 주민들의 신뢰는 외부에서 짐작하는 것 이상이었다. 울진읍에서 카센터 영업을 하는 홍석주(57)씨는 “수십년 동안 큰 사고 없이 잘 돌아서 그런지 별로 불안하거나 그런 것은 없다”며 “이번 원전 협상 때도 건설 자체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세지 않았던 것은 안전 부분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1년 일본에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나 지난 연말 국내에서 원전 해킹·파괴 위협이 있었을 때 남다르게 관심을 가지고 우려하는 정도라고 했다. 다른 지역에서는 안전에 대한 불안 때문에 원전 유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하자 홍씨는 “직접 끼고 살아본 다음에 얘기하라고 하라”며 “우리보다 원전에 대해 잘 아는 주민들이 또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원전 때문에 먹고사는 주민이 많고 혜택이 많은 편이지만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는 분위기도 있다. 수도권의 한 대학에서 사회학을 공부하다 방학 중 고향에 내려온 최모(23)씨는 “수천억원대 지원금이 타지에서 볼 땐 큰 규모지만 막상 여기저기 쪼개서 쓰다 보면 그 효과를 체감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원전 협상 타결로 울진이 ‘상생·소통’의 상징으로 떠올랐고, 전국적인 조명을 받은 만큼 정부 차원에서 ‘통 큰’ 지원이 나오길 기대하는 여론이 많았다. 북면사무소에서 만난 울진군의회 장유덕 원전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울진이 원전 추가 건립을 수용하면서 국가적으로 큰 역할을 하지 않았느냐”며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가 있을 것이란 기대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북에서 추진하고 있는 ‘동해안 에너지 클러스터 사업’에 울진이 할 수 있는 게 많을 것”이라며 “울진에 원전과 관련된 기관·시설·연구소 등이 입주하길 희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울진=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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