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재익] 기업형 임대주택의 정착조건 기사의 사진
정부가 무주택 중산층의 주거비 경감을 위하여 기업형 장기 임대주택(뉴스테이 임대주택) 공급을 촉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주택이 소유 개념에서 주거 개념으로, 또 주택임대시장도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전환되는 시대적 변화를 감안하면 미래를 대비한 조치임에 분명하다.

또한 집값 올리기에 온 힘을 쏟는 부동산 산업정책에 매진하던 정부가 임대주택에 대해 정책적 관심을 보인 점에서 그 효과를 떠나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더구나 우리나라 공공부문 임대주택의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5%에 크게 못 미치는 5%에 머물고 있어 대부분 주택임대차 거래가 개인 간의 계약에 의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기업의 시장진입은 임대시장의 다양화, 경쟁촉진, 임대주택재고 증가 등의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을 것이다.

오랜 주택정책의 역사를 가진 선진국에서는 기업형 임대주택시장이 일반화되어 있으므로 우리가 이를 도입·촉진하는 것 그 자체는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이 정책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보완되어야 할 점이 많다. 무엇보다 먼저 우리나라의 임대주택시장 실정상 정부 기능이 시장 기능을 제압할 수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의구심이 제기되며, 제시된 정책수단의 내용에 대한 사회적 수용 여부도 확인이 필요한 사항이다.

그동안 기업형 임대주택이 도입되지 못한 것은 수익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공기업인 LH공사의 막대한 적자 중 상당부분이 임대주택사업에 의한 것인데 하물며 민간기업의 임대주택시장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기업의 시장참여를 유인하고 참여기업의 수익성을 보장해 주기 위하여 개발제한구역 해제, 용적률 상승, 금융지원, 세제혜택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고 한다.

이에 반해 정작 임차가구에 대한 직접적인 주거비 경감대책은 전혀 언급이 없다. 정부는 파격적 혜택으로 임대주택 공급비용을 줄여주면 기업이 그만큼 임대료를 낮게 책정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윤 극대화를 지상목표로 하는 기업 속성상 이 기대는 충족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초기 임대료 수준에 대한 규제가 없고 최소임대기간으로 설정한 8년간의 임대료 상승 제한으로 인한 손해를 보상받기 위한 기업의 행태도 제한되지 않고 있다.

지난 1990년대 초 최소주택임대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변경하면서 겪은 전세파동이 제한적이나마 재현되지 않나 하는 우려와 함께 임대료의 경감효과도 의심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회 여러 곳에서 서민주거 안정보다 주택건설사업자를 위한 경기 활성화 대책이 아닌가 하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정부가 이왕 임대주택시장에 관심을 갖고 중산층뿐 아니라 저소득층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정에 주택정책의 초점을 두고자 한다면 한걸음 더 나아가 노인전용 임대주택, 장애인 전용임대주택 등 보다 다양한 임대주택 공급방안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임대주택시장의 기업 참여에 그치지 말고 프랑스 네덜란드 스위스 호주 등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는 비영리단체(NPO), 공공과 민간의 속성을 동시에 갖는 하이브리드 기관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임대주택공급자를 발굴·지원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다양화를 통하여 임대주택의 공급을 늘리는 동시에 맞춤형 및 풀뿌리형 주거안정을 지속적으로 추구하여야 할 것이다.

기업형 임대주택시장은 정부의 기대와 달리 단기간에 정착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 긴 안목으로 보면 자연스럽고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정부는 서민주거 안정이라는 불변의 목표에 기반하여 중장기적 관점에서 첫 단추를 제대로 꿴다는 자세로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재익 계명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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