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뭉쳐야 숨쉰다] 공해로 가득했던 가와사키, 일본대표 에코타운 탈바꿈 기사의 사진
1997년 에코타운으로 지정된 가와사키는 자체적으로 자원 재활용을 강화하고 지역사회와 기업이 합심해 오염물질 배출을 최대한 줄여나갔다. 푸른 하늘을 되찾은 가와사키의 2014년 모습. 가와사키시 제공 1960년 매연으로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일본 가와사키시 전경. 교통이 편리해 화력발전소와 각종 공장이 들어선 가와사키는 매연으로 공해병 환자가 급증하는 등 사람이 살 수 없는 도시로 변해버렸다. 가와사키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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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 수 없던 곳”

도쿄에서 차로 30분을 달리면 탁 트인 타마강변의 가와사키시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인구 140만명으로 우리나라 대전과 비슷한 규모다. 일본 에코타운의 대표 도시라기에 최첨단 환경을 기대했는데 보통 대도시와 다름없어 보였다. 다만 중심부에 밀집한 공장의 굴뚝으로 연기가 올라오지만 공업지대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강은 깨끗했고 매연 냄새도 나지 않았다. 마스크를 쓴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타마강 너머 운동장에선 학생들의 축구 경기가 한창이었다.

시큰둥한 외국 기자들에게 기타노 히로아키 가와사키환경종합연구소장이 가와사키시의 전과 후를 설명했다. 그는 “40∼50년 전만 해도 야외에 빨래를 널면 공장에서 날아온 먼지와 재로 새카맣게 변했다”며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었다”고 했다.

가나가와(神奈川)현의 중심 도시였던 가와사키는 1950년부터 대규모 화력발전소와 정유공장이 들어서 일본 발전의 중추 역할을 했다. 교통이 편리하고 바다와 가까워 일본 근대화 과정에서 게이힌(京濱) 공업단지에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오염물질 배출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여서 주민 건강이 악화돼갔다. 천식과 호흡곤란 등 등록된 공해병 환자가 1994년까지 6000명에 달했다. 소송이 이어졌고 주민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죽음의 도시’가 돼갔다.

일본 정부는 1997년 에코타운 프로젝트를 가와사키시에 가장 먼저 적용했다. 에코타운은 △자원 재활용 강화 △오염물질 배출 최소화 △투명한 정보 공개 △지역사회의 협조 등을 기본 틀로 한다. 재원은 지방자치단체가 전반적인 계획을 제시하면 중앙정부가 승인하고 보조금을 내려준다. 보조금은 재활용 시설, 대기오염 방지 시설 등에 쓰인다.



“특별한 건 없다. 기본에 충실할 뿐”

이날 페트병 재활용 공장을 운영하는 구마가이(45)씨의 공장에선 직원 5명이 한 조가 돼 수거된 페트병 중 멀쩡한 것들을 골라내고 있었다. 시에서 모은 페트병을 사와 잘게 부순 뒤 열을 가하는 작업을 거친다. 이를 합성수지로 재생산해 옷감이나 용기 등을 만드는 것이다.

에코타운 프로젝트는 특히 자원 순환을 강조한다. 폐기물 처리에 따른 비용과 오염을 한 번에 줄이는 개념이다. A사의 폐기물을 B사가 에너지원으로 쓰는 방식으로 돈과 자원 그리고 정보가 순환한다. 경제성을 갖추자 친환경 기업이 늘어났다. 이게 에코타운 사업의 비결이다.

페트병 재활용 업체를 운영하는 구마가이씨는 “친환경은 우리 공장이 살아남은 유일한 무기”라며 “배출 기준보다 낮은 양의 대기오염 물질을 내보내면 보조금 지급 등 혜택이 다양해 먼저 나서서 달성하려 한다”고 말했다. 페트병을 전동지게차로 옮기던 한 직원은 “버릴 것들을 재활용하니 확실히 오염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에코타운 내 공장 각각에 설치된 측정기에서는 이산화황 등 대기오염 물질을 기준 이상으로 배출하는지 24시간 감시하고, 인터넷으로 수치를 실시간 공개한다. 오염물질 배출을 감시하는 건 지역사회가 동참한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들이 팀을 꾸려 기업이나 행정기관을 방문,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모니터한다.

1960년 가와사키시 공장들이 내뿜던 황산화물은 4만5879t이었는데 2012년 496t으로 100분의 1이 됐다. 질소산화물은 2만8554t에서 9144t으로 3분의 1까지 줄었다.



일본의 고민

일본의 에코타운 사업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재활용할 수 있는 폐기물이 줄어드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폐기물도 돈’이라는 인식이 일반화된 결과다. 폐기물 재활용 업체들은 폐기물을 공급받기 위해 이리저리 뛰고 있다. 26곳 에코타운을 벗어나면 대기 질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에너지 수급 문제도 이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를 강타한 ‘동일본 대지진’이 촉발시켰다. 사고 이후 원전 48기가 모두 가동을 멈췄다. 아베 정권은 재가동 방침을 밝혔지만 여론의 반발에 부닥친 상태다. 일본이 주력하고 있는 수소 에너지와 태양열 등 대체에너지는 아직 ‘개발’ 중이어서 상용화까진 시간이 필요하다.

익명을 요구한 일본 환경 전문가는 “결국 원전이 사라진 자리는 화력 발전이 대신할 가능성이 높다. 화석연료를 태울 경우 대기 질이 급격하게 악화된다. 에코타운 등 친환경 정책이 후퇴하는 결과가 예상된다”며 우려했다.

가와사키=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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