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조달 정상화 방안] “원전산업 부실·비리는 개발 연대식 독과점 체제 탓” 기사의 사진
2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세종시 KDI 본원에서 개최한 ‘원전 조달의 정상화 방안’ 국제 세미나에 참석한 국내외 전문가들이 남일총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왼쪽 네 번째) 등의 주제 발표 후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KDI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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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연구원(KDI)은 21일 세종시 KDI 본원에서 원전산업 조달 시장의 발전과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원전 조달의 정상화 방안’ 국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 원자력발전 산업 내 각종 비리가 터져나온 것은 개발연대식 독과점 시스템이 오랜 동안 유지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수력원자력 등 원전 공기업에 대한 정부의 직접 경영을 탈피하고, 장기적으로는 원전 운영과 건설을 분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 원전 비효율·부패 원인은 정부 주도 공기업과 독과점”=주제 발표에 나선 남일총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원전산업은 외형적으로 고성장했지만 2012∼2013년 발생한 다수의 원전 조달 비리 사건을 통해 많은 구조적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한수원 임직원이 개입된 납품비리 등의 사건은 일부 임직원 비리나 입찰제도 차원의 문제가 아닌 원전산업의 구조적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본적으로는 산업 초기 이후 수십년간 정부가 한수원과 한전기술 등 원전 공기업을 정책 도구로 인식하고 경영권을 직접 행사한 결과 발생한 운영 시스템의 실패”라면서 “정부가 원전산업을 직접 운영하는 시스템은 산업 성숙기에는 적합하지 않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한국 원전 관련 산업은 한수원, 한전기술 등 공기업과 두산 등 일부 민간기업 중심으로 독과점이 형성돼 있다. 이로 인해 비경쟁적 구도가 유지되다보니 선진국보다 더 강한 규제를 갖고 있음에도 비효율과 부패가 일어나게 됐다는 지적이다.

남 교수는 “정부와 공기업 내에는 견제할 수 있는 힘이 없다”면서 “그런데 원전 건설과 운영에 대한 한수원의 독점으로 인해 시장의 힘에 의한 견제와 균형 유지도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원전 건설·운영 분리, 민영화도 검토해야”=세미나에서는 한국 원전 조달 산업의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직접 경영권을 행사하는 현재 구조를 보다 경쟁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받았다.

남 교수는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원전조달 시장에 대한 규제를 더 많이 운영하지만 시장 투명성과 효율성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선진국처럼 시스템 자체를 정책 수행과 규제, 사업운영 등 부문별로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원전 운영과 원전 건설 주체를 분리하는 한편 일부 기능을 민영화하는 등 공기업 지배구조의 근본적 개편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남 교수는 “공산주의 시대에 도입된 국가 직영 시스템을 유지하는 러시아와 중국을 제외하고는 모두 원전 운영과 건설이 분리돼 있다”면서 “필요시에는 공기업에 대한 소유구조 변경까지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제 발표가 끝난 뒤 이뤄진 전문가 토론회에서는 원전 관련 부품의 ‘국산화’에 지나치게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박원재 원자력안전기술원 연구위원은 “지나치게 국산화 정책에 매달린 것이 기술이나 역량 등이 부족한 부품업체 등을 양산한 측면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가능한 분야는 육성하고 기술력에 차이가 있는 부분은 해외 부품 도입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날 세미나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 원자력기구(OECD/NEA)의 조프리 로스웰 선임경제학자를 비롯, 프랑스 영국 등 원전 선진국 전문가들과 원안위,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 등 국내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해 논의를 진행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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