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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나무 친해지기] (4) 진단종 노루발풀

[풀·꽃·나무 친해지기] (4) 진단종 노루발풀 기사의 사진
노루발풀. 필자 제공
한겨울에도 숲속에서 낙엽을 덮은 채 푸른 잎으로 겨울을 나는 풀들을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노루발풀이다.

잎 모양이 노루의 발자국 흔적과 비슷하다고 해서 생겨난 이름이다. 여러해살이 풀인 노루발풀은 우리나라의 산 어디서나 볼 수 있는데 활엽수림뿐만 아니라 척박한 소나무 숲에서도 잘 산다.

노루발풀은 뿌리를 땅속으로 깊이 뻗지 않고 가는 땅속줄기를 옆으로 뻗으면서 번식한다. 그래서 마치 여러 포기가 모여 사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노루발풀이 척박한 땅에서도 잘 사는 이유는 다양한 토양곰팡이들의 도움으로 살아가는(공생하는) 부생식물이기 때문이다. 곰팡이들은 유기물 분해로 에너지를 얻어 살아가는데 분해에는 산소가 필요하다.

그래서 토양곰팡이들은 공기와 접할 수 있는 지표면 가까이에 분포한다. 노루발풀이 땅속 깊숙이 뿌리를 내리지 않는 까닭이다.

이 때문에 노루발풀은 쉽게 뽑힌다. 그런 만큼 대충 낙엽만 덮어주어도 죽지 않고 산다.

노루발풀은 진흙처럼 입자가 미세한 토양에서는 살지 못한다. 알갱이가 작을수록 알갱이 사이의 틈이 작고 산소도 부족해 곰팡이들이 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들 곰팡이는 산성비와 대기오염에도 약하다. 도심 공원이나 야산에서 낙엽이 분해되지 못하고 바람에 날리면서 맨땅이 드러나는 것은 분해자인 곰팡이가 사라진 탓인데 그런 곳을 생물학적 사막이라고 한다.

따라서 노루발풀은 도시공원이나 야산의 생물학적 사막화 여부를 판가름하는 진단종일 수 있다.

최영선(자연환경조사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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