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電 우리에게 무엇인가-르포] 사용후 핵연료 포화 직전… 영구처분장 논의 입도 못 떼 기사의 사진
사용후 핵연료란 말 그대로 원자력 발전에 쓰이고 수명을 다한 핵연료다. 사용후 핵연료가 배출하는 방사능 수위는 중·저준위 폐기물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라 한다. 위험도가 높은 만큼 사용후 핵연료 처리는 난제를 가득 안고 있지만 국내 논의는 답보 상태다. 원전이 단 1기라도 가동되는 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사용후 핵연료 처분 문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포화상태 이른 사용후 핵연료=원전마다 발전을 위해 쓰이는 핵원료는 3∼4년 이용 후 새 원료로 대체된다. 이때 다 쓴 핵원료는 현재 원전마다 내부의 임시 저장소에 보관되고 있다. 그러나 이 임시 저장소도 단계적으로 포화상태에 이른다. 25일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이하 공론화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국내 19기 원전(중수로 형태인 월성 4기 제외) 내 임시 저장 중인 사용후 핵연료는 1만5187다발이다. 총 저장 용량(2만1995다발)의 69%가 찼다. 원전별로 보관 간격을 줄이는 조치(조밀랙 설치)와 각 호기 간 폐기물 이송 등 각종 보완책을 동원해도 2024년부터 단계적으로 완전 포화상태에 다다르게 된다. 위험도가 더 높은 중수로 발전 방식인 월성원전의 경우 2018년 포화가 예상된다. 정부는 건식 저장시설을 추가로 증설하면 포화 시점을 2026년까지 늦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임시 저장소 이후에 대한 대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다. 음식물쓰레기로 치면 집안 쓰레기통만 있고 이를 내다 버릴 집하장과 최종 처리장이 마련되지 않은 셈이다.

◇처리 방식 결정도 어려워=사용후 핵연료는 방사능이 매우 강한 폐기물이다. 29년간 갈등과 논의를 거치고서야 겨우 경주에 ‘집하장’이 마련된 중·저준위 폐기물과는 차원이 다르다. 방사능 물질의 반감기를 고려할 때 사용후 핵연료의 방사능이 인체에 급성 피해를 주지 않을 정도로 낮아지려면 10만년은 걸린다고 한다. 현 시점에서 보면 거의 영원히, 완전하게 격리시킬 시설이 필요한 셈이다. 격리시설을 어디에 어떻게 만들지의 문제는 사회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어려운 문제다. 현재 전 세계 원전을 보유한 국가 중 사용후 핵폐기물을 완전히 처분할 시설을 갖춘 나라는 아직 없을 정도다.

사용후 핵연료는 일단 필수적으로 임시 저장소에서 1∼5년의 냉각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다음 냉각한 사용후 핵연료를 지하 300m 이하에 영구 저장하는 직접처분 방식과 냉각 후 한 차례 재처리한 뒤 최종 처분장에 영구 저장하는 재처리 방식으로 크게 나뉜다. 재처리 방식은 사용후 핵연료를 한 번 더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경제적이기도 하고 폐기물량을 크게 줄일 수 있지만 고난도 기술 연구와 함께 정치·외교적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

아직 우리는 이 중 어떤 방식을 택할지도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당초 정부는 지난해 10월 민간 주도의 공론화위원회를 발족해 지난 연말까지 공론위 차원의 권고안을 마련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 무거운 주제에 대한 결론은 쉽게 나지 못했다. 공론위는 “2055년까지 영구 처분시설을 지어야 한다”는 대원칙을 제시한 채 공론화를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공론위 활동 시한을 6개월 연장했다.

◇최종 처분장 ‘부안 사태’ 반복 안 하려면=공론위가 남은 4개월 정도의 시간 내에 한층 진전된 결론을 내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영구 처분시설을 지어야 한다는 명제는 있지만 이 시설을 지을 장소를 확보하는 것은 사회 갈등과 자연 조건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최종 처분장 입지를 확보한 핀란드나 스웨덴 등은 수십년의 준비 과정을 가졌다.

현재 정부와 공론위의 논의 방향은 영구 처분 전 50년 정도의 ‘중간저장’ 시설을 설립하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최종 처분장 확보까지 시간적 여유를 가지기 위한 임시방편이다. 남은 시한을 고려할 때 중간 저장시설 설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다만 임시방편으로 벌어지는 시간을 또 허비하지 않기 위해서는 영구 처분시설을 위한 논의를 피해서는 안 된다. 김영평 고려대 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시간이 흐르면서 기술도 발전하고 사회적 인식도 변한다. 긴 시간을 가지고 충분히 논의하며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라면서 “긴 시간 논의한다는 것은 그때까지 미루자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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