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電 우리에게 무엇인가-르포] ‘원자력 대국’ 프랑스는 영구처분 시설 어떻게 마련하고 있나 기사의 사진
프랑스 라하그 소재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시설. 시설 내 임시 저장시설에 사용후 핵연료를 저장한 뒤 냉각한다. 이후 최종 핵폐기물은 뷰흐 지역 영구 처분장이 설립되면 그곳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사용후핵처리공론화위원회 제공
원전 선진국 프랑스도 원전 폐기물 처리를 위해 지난한 과정을 거쳤다. 이제 막 본격적인 공론화 단계를 시작하는 우리 원전 정책 당국이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국민일보는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와 함께 지난해 8월 프랑스를 방문한데 이어 조만간 현지 취재를 다시 시도할 예정이다. 원자력 대국인 프랑스의 사용후 핵연료 처분 실태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프랑스는 원전 58기를 운용하며 전체 전력의 75%를 원전에서 충당하고 있다. 1950년대 상업용 원자력 발전을 시작해 우리나라보다 20년 정도 원전 가동을 일찍 시작했지만 프랑스도 사용후 핵연료 처리에 있어선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왔다.

폐연료봉은 방사선과 고열을 방출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누구도 이를 가둬둘 영구 처분장이 자기 지역에 들어서는 것을 환영하지 않는 이유다. 현재 세계 어느 나라에도 영구 처분장이 가동되는 곳은 없다. 우리나라는 이르면 내년부터 일부 원전의 임시저장 공간이 포화 단계에 이름에도 불구하고 영구처분 이전 조치인 중간 저장을 어떻게 할지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프랑스는 1980년대 폐기장 부지를 선정하려다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된 뒤 15년 동안 방사성 폐기물 처리에 관한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됐다. 이후 지자체 3곳의 신청을 받았지만 지역 반발이 심한 곳은 후보에서 제외됐고 지질적으로 안정된 점토층에 있는 동부 프랑스의 뷰흐 지역이 영구처분 유치 후보지로 정해졌다.

정보 제공과 토론, 분쟁 조정은 대형 국가 시책에 관한 공론화 전담 기구이자 독립 행정기관인 국가공공토론위원회(CNDP)가 맡았다. CNDP는 2012년 이 사안에 대한 공론화 준비작업을 시작, 16개월간 국민 토론을 벌인 끝에야 권고안을 마련했다. 영구 처분시설을 마련하되 유력 후보지인 뷰흐 지역에 실증 연구시설을 우선 세워 과학적 검증을 거치자는 것이었다.

CNDP 공공토론특별위원회의 클로드 베르네 위원장은 “영구 처분장 설립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이 없지 않았지만 그 비율이 높지 않았다”며 “TV 토론회 등을 적극 활용해 공론화를 비교적 순조롭게 마무리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따라 뷰흐에는 영구처분 실증 연구시설이 세워졌고, 실제 영구 처분장을 세우기 위한 절차도 진행되고 있다.

뷰흐 지역의 실증 연구시설은 최종 처분시설과 같은 조건으로 암반을 굴착했다. 최종 시설은 지하로 500m를 뚫고 내려간 뒤 그물망처럼 핵폐기물을 처분할 갱도를 지을 계획이다. 암반이 물이 새지 않는 점토암인데다가 단층도 지나가지 않아 과학적 입지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인근 지역의 인구밀도도 낮다. 별다른 하자가 발견되지 않으면 정부의 인허가가 떨어지고 2025년부터는 중간 저장시설 3곳에 있는 사용후 핵연료를 모두 옮겨와 처분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부 마을 주민과 반핵단체들은 아직도 반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지원이 충분치 않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앙투안느 제라르 뷰흐 시장은 “최종 후보지로 선정되기 전에는 정부도 관심이 많았지만 지금은 우리가 결과를 다 감수해야 하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어떤 결정을 하든 반대 의견은 반드시 존재하며, 주민들을 설득하고 신뢰를 쌓는 작업이 계속돼야 하는 과정임을 말해주고 있다.

뷰흐(프랑스)=선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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