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 국민에게 뭘 해주겠다는 약속 대신… 기사의 사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지난주 30%로까지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었다. 여러 일로 하강곡선을 이어오던 지지율이 연말정산 문제로 최저점을 찍게 됐다는 분석이다. 예년에는 ‘13월의 보너스’라고 해서 적잖이 세금을 돌려받던 월급쟁이들이 올해는 오히려 세금을 더 내야 한다니 뿔이 날 수밖에 없게 됐다. 정부·여당은 서둘러 월급쟁이들의 불만을 해소할 입법 조치를 마련키로 했다. 또 박 대통령은 총리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내정하고 청와대 참모진을 새로 짬으로써 불통 이미지를 쇄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러한 노력으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등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겠다. 사실 지지율이라는 게 죽 끓듯 하는 것이어서 일희일비할 건 없다. 또 개혁을 하자면 기득권 세력의 반발로 지지율이 떨어지기도 한다.

문제는 지지율이 너무 내려가면 정부의 추동력이 떨어져 꼭 해야 할 일들을 못 한다는 점이다. 공무원연금 제도, 각종 규제 등의 개혁이 그 예다. 박 대통령의 이번 총리 교체 등은 리더십 쇄신을 기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물론 총리와 두 명의 부총리에까지 친박(親朴) 국회의원들을 포진시킴으로써 비박(非朴)계가 이끄는 여당을 순치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는 기우일 뿐 정치인들을 정부 요직에 앉힘으로써 여·야 정치권, 나아가서는 국민과 원활한 소통을 꾀하려는 의지로 보는 게 순수하고 옳은 해석일 터이다.

필자는 그러기를 바라면서 차제에 박 대통령에게 또 하나의 리더십 변화를 건의하고 싶다. 국민에게 무엇을 해주겠다고 약속하는 대신 국민에게 도와주십사고 감성에 호소하는 국정운영 방식을 택해보라는 것이다. 지금 박 대통령이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고,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무엇보다 대선 때 내걸었던 복지공약들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세하지 않고도 무상복지의 범위를 넓히겠다고 한 공약은 따뜻한 아이스크림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의 다름 아님이 확인되고 있다.

물론 이만큼 살게 됐으면 국가가 최소한의 국민 복지는 책임져야 하고, 복지의 양과 질이 집권 여부를 결정하는 현실에서 이를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집권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을 공식적으로 파기 선언하기는 대통령으로서 죽기보다 싫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금은 더 걷지만 증세는 아니라는 억지를 부리면서도 공약은 공약대로 지키지 못하는 지금의 상태를 끌고 가다가는 정말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된다.

미국의 존 F 케네디는 대통령 취임연설에서 “국민 여러분, 조국이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지를 묻지 말고, 여러분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으십시오”라고 요구했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무엇을 해주겠다고 약속하는 대신 국민에게 애국을 요구한 이 연설은 국민에게 많은 감동을 주고 미국 역사상 가장 훌륭한 연설로 남게 됐다. 또 영국의 윈스턴 처칠은 2차대전 중 하원에서 행한 총리 취임연설에서 “나는 피와 땀과 눈물 외에 줄 것이 없습니다”라고 했다. 나라를 위해 자신을 바치겠다는 각오 외에는 뭘 해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역시 세계사에 남는 명연설로 꼽힌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박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도 한번 잘살아보자며 “그때까지만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국민에게 호소했고, 그 호소는 먹혀들었다.

박 대통령도 진정성을 가지고 국민에게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나라를 위해 고난에 동참하여 힘을 합쳐줄 것을 부탁하면 차가워진 국민의 마음도 누그러질 것이다. 정과 눈물에 약한 국민이다. 나라가 어렵다면 장롱 속에 넣어두었던 손자 돌반지를 꺼내는 국민이다.

기왕 처칠 얘기가 나왔으니 일화 하나. 2차대전 중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과 연합국 전략을 논의하고 귀국한 처칠은 공항에서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의회에서 노동당(야당)의 애틀리 당수와 토론해야 한다”는 대답이 전부였다(신형식 저 ‘영국의회’에서). 박 대통령이 참고해도 좋을 성숙한 대화정치의 한 예다.

백화종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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