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교정상화 50년] 일본 출신 연예인 사유리 “한국과 일본은 내게 엄마·아빠 같은 존재” 기사의 사진
사진=이병주 기자
한·일 관계가 틀어지면 스트레스를 받아 머리가 빠진다고 토로하는 사람이 있다. 특유의 엉뚱한 매력과 ‘트위터 명언’ 등으로 사랑받는 ‘개념 연예인’ 후지타 사유리(藤田小百合·36·여·사진)씨다.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올해로 한국에 온 지 10년이 된 그를 만났다.

한국과의 인연은 2005년 9월 시작됐다. 영문학을 전공해 미국 유학을 하던 그는 한국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한식당을 즐겨 찾았다고 한다. 삼계탕과 조용필을 좋아하는 아버지로부터 어릴 때부터 ‘한국은 사람들이 정이 많고 노래도 잘하는데 음식까지 맛있다’는 얘기를 듣고 자란 터였다. 사유리씨는 “특히 제육볶음이 대박이었다”며 “한국에선 훨씬 더 싸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기에 연세어학당에서 한국어 공부를 하며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음식’만 보고 무작정 왔기에 처음에는 한·일 관계에 대한 고민이 크지 않았다. 두 나라 사이가 어떤지 편견 없이 한국에 왔고, 생활 속에서 한국을 알아갔다. 하지만 더 가까워지고 보다 잘 이해하게 되면서 고민이 시작됐다. 그는 “나는 인격이 훌륭한 것도, 많이 배운 사람도 아닌데 유명해지면서 말 한 마디와 사소한 행동이 단순히 내 실수나 책임이 되는 게 아니라 ‘일본 대표’로 여겨지는 게 두 나라 모두에 미안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다른 연예인보다 두 배, 아니 다섯 배는 더 조심하고 더 열심히 했다”며 “큰 사랑을 받는 일본 혼혈 연예인 강남씨와 함께 최근 KBS 해피투게더 촬영을 했는데 선배로서 이런 점을 당부했다”고 웃었다.

사유리씨는 한·일 관계에 대해 ‘모를수록 싫어하기 쉽다’는 말로 정리했다. 서로 잘 알지 못한 채 뉴스만 보면 상대방을 대하는 감정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싫은 게 아니고 사실 ‘두려움’인데 이 감정은 알려고 노력만 하면 쉽게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여기서 오히려 희망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사유리씨에게 한국과 일본은 ‘엄마’와 ‘아빠’라고 한다. 그는 “엄마를 욕해도, 아빠를 욕해도 기분이 나쁜 그런 느낌”이라며 “모든 나라가 장단점이 있기에 어렵겠지만 상대의 장단점을 아우를 수 있는 두 나라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에서 격화되고 있는 ‘반한·혐한 감정’이나 정체된 한류 붐에 대해서도 비슷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인생에는 권태기가 있고, 권태기는 평생 가는 게 아니다”며 “두 나라 관계가 어려울 때도 미래에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사랑’을 기대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매일 ‘꿈’이 바뀌어 두근거린다는 사유리씨는 아무래도 ‘표현’하는 일이 제일 즐겁다고 한다. 지난 26일에는 번역을 거치지 않고 처음으로 한국어로 직접 쓴 에세이집 ‘눈물을 닦고’를 출간했다. 그는 “두 나라 사람이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기에 여러모로 한·일 관계는 내게 ‘미래’다. 양국 관계에 내 미래가 다 담겼다”며 환하게 웃었다.

전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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