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이장원] 노동개혁, 경쟁 아닌 공생으로 기사의 사진
구조개혁은 언제 하는가? 기존 제도나 행동방식으로는 대부분이 승자가 아닌 패자가 될 수밖에 없다면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반면에 일부는 패자가 되지만 일부는 승자가 될 수 있다면 구조개혁이 아니라 혁명에 이끌리게 된다. 마지막으로 기존 제도와 행동양식 안에서 대다수가 승자가 될 수 있다면 굳이 큰 변화를 시도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노동시장은 어떤 상태인가? 지금 노동시장에서 승자는 누구인가? 대기업과 정규직이다. 반대의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은 패자다. 불공정과 차별의 굴레가 그들에게 씌워져 있기 때문이다. 근로자의 80% 이상은 중소기업에 다니고, 적어도 3분의 1은 비정규직이니 이대로 제도를 두고 갈 수는 없다. 구조개혁이 필요하고 이것이 안 되면 해결을 위해 과격한 방법에 경도되는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구조개혁을 주창해야 할 일차적 당사자는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이다. 그들이 논의를 주도해야 하고 이들을 대변하는 전문가들도 공정한 노동시장을 만들자고 주장해야 한다. 그런데 약자를 대변한다는 일부에서는 단지 보호와 ‘지금 이대로’를 외친다. 지금 이대로는 차별이 온존되고 보호 방식이 사회 안전망 강화로 흐르는 쪽이다. 복지를 받기 이전에 내 힘으로 일한 대가로 정당하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노동시장 개혁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반대편의 당사자들도 문제가 있다. 대기업들은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말하면서 노동력의 경쟁력 저하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에 경도되고 있다. 그래서 임금피크제를 통해 인건비를 제한하고 호봉이 아닌 성과에 따른 보상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이렇게 하면 생산성 위기가 돌파될 것인가이다. 경쟁력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구조를 뒤흔드는 개혁을 해야 하는데 단지 비용 절감에 관심이 머물러 있다.

기왕 정년연장 시에 임금피크제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세우려면 미래 경쟁력의 관건인 청년인력을 얼마 더 늘리겠다는 약속과 더불어 고령자들에 대한 임금피크제를 제안해야 한다. 성과형 임금 문제도 나이가 늘었다고 임금도 같이 오르는 호봉제가 나쁘다는 논리보다 우리는 나이가 들면 임금이 오르고 하청기업 근로자들은 나이가 들어도 임금은 그대로인데 상생의 원·하청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 하는 일이 비슷하면 비슷한 임금을 준다는 노동가치에 대한 보상의 공정성을 강조해주어야 한다. 하청 근로자의 최대 불만이 원청 근로자와 하는 일이 비슷한데 임금 차별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정리하자면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경쟁을 강조하는 강자의 언어가 아니라 약자들과의 차이와 차별을 축소하자는 공생의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차이와 차별을 극대화하면 경쟁력도 저하된다. 부품 만드는 하청기업 근로자가 불만투성이인데 완성품의 품질이 좋을 리 없다. 비정규직은 부당한 처사를 강요받는 현재가 불만이고 정규직은 회사 안 자리 지키기에 몰두하기에 제대로 일에 몰입하는 직원이 점점 줄어들기 마련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회사와 근로자가 다같이 살아남기 위한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목표와 과제들을 마련하고 이를 위한 각자의 고통 분담과 자기혁신이 필요하다. 네가 잘하면 된다는 식의 투쟁 내지 경쟁적 논리만 앞세우면 구조개혁은 어려울 것이고 다같이 패자가 되거나 더 과격한 싸움만 많아질 것이다.

지금처럼 하면 안 될 것 같고 새로운 방법, 새로운 각오, 새로운 규칙을 찾아서 하자는 것이 구조개혁이다. 노동시장에서 새롭게 필요한 것은 근면하고 성실한 자세라기보다는 양보와 배려의 자세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차이를 줄이고 차별을 없앤다면 모든 조직과 개인들의 성과는 장기적으로 올라간다. 반면에 상대방이나 타인을 누르고 얻는 성과는 단기적이며 결국 피해자나 약자들의 역습을 불러온다. 구조개혁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경쟁보다는 연대의 논리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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