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원전) 주변 마을에서 살아온 주민들 상당수가 방사선에 노출돼 갑상샘암에 걸렸다.”(원전 주변 마을 주민)

“원전에서 수십년 근무한 우리 부서 직원 가운데 갑상샘암에 걸린 사람은 한 명도 없다.”(원전 근무 직원)

지난해 10월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갑상샘암에 걸린 부산 고리원전 인근 주민 박금선(50·여)씨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박씨의 손을 들어줬다. 박씨가 갑상샘암에 걸린 것에 대해 원전 측의 책임이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국내 방사선·원자력 관련 학계와 관계기관 등 13개 단체는 서울대 원전 역학조사 등을 근거로 “원전 주변 지역의 방사선량률은 원전이 없는 다른 지역과 차이가 없다”면서 원전 주변 지역 주민들의 갑상샘암과 원전의 연관성에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법원 판결도 양측 모두 항소해 2심 재판으로 넘어갔고 양측 주장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일단 방사능과 갑상샘암의 연관성은 여러 연구 결과에서 인정돼 왔다. 방사능 동위원소 중 요오드 131이 갑상샘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은 원전 전문가들도 인정한다. 그러나 시민들의 권리의식이나 원전의 역사가 우리보다 앞선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도 아직까지 갑상샘암에 대한 원전 책임을 물은 선례가 없다.

재판부가 원전 주변 갑상샘암 환자들에 대해 정부가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단을 내리면서도 과학적으로는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고 인정한 데서도 원전과 갑상샘암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것이 난제임을 알 수 있다.

원전 주변의 방사선량이 암을 발병시킬 정도인지도 논란의 대상이다. 정운관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1일 “원전은 갑상샘암 유발 물질인 요오드 131을 배출하지 않도록 설비돼 있다. 외부에서 검출되는 요오드는 미량일 뿐더러 원전과 무관한 지역의 하천에서도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방사선과학회와 대한방사선방어학회, 대한방사선종양학회, 대한핵의학회 한국의학물리학회 등 13개 단체는 “원전 주변 방사선량은 일반인의 법적 연간 선량 한도인 1m㏜(밀리시버트)보다 매우 낮은 수준으로, 대개는 0.01m㏜ 정도로 관리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어디에 살든 자연으로부터 연간 평균 3m㏜ 정도의 방사선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가 2002년 발표한 핸포드 갑상샘 질환 연구 등 여러 해외 역학조사와도 같은 결과”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원전 주변 지역에서 갑상샘암 발병자가 다수 발생한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고리원전을 넘어 다른 원전 지역에서도 발병자들이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갑상샘암에 대한 과잉 진료로 발병자 수가 많은 것처럼 보인다는 주장이 있으나 원전이 없는 다른 지역에서 과잉 진료를 한다 해도 이처럼 환자가 많이 발생할지 의문이다.

서울대 원전 역학조사에서 ‘원전 방사선과 주변 지역 주민의 암 발병 위험도 간에 인과적 관련이 있다는 과학적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는 결론이 나왔음에도 해당 연구에서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여성 갑상샘암의 경우 인구 10만명당 발생률이 인근 5㎞ 이내에서는 61.4명으로 5∼30㎞의 43.6명, 30㎞ 밖의 26.6명보다 높게 나타났다.

최근 경북 울진군, 경주시 등 원전 소재 지방자치단체들은 정부와 한수원 측에 갑상샘암과 원전의 역학관계를 밝혀낼 연구 용역을 요구하고 나섰다.

조민영 박세환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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