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電 우리에게 무엇인가]  “원전 위험성, 우리 가족이 증인이자 증거” 기사의 사진
이진섭(52·사진)씨는 자신을 ‘부산 사나이’라 했다. 태어날 때부터 자폐증을 앓던 아들 균도(24)씨 치료를 위해 경기도 성남시에서 지낸 2년을 제외하면 평생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근처에서 살았다. 1990년 부인 박금선(50)씨와 결혼한 뒤에도 원전에서 불과 3㎞ 떨어진 마을에 정착했다. 걱정은 됐지만 정부를 믿었다. 가족이 대대로 살아온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2010년 부산 기장군에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라는 병원이 들어섰다. 신고리 원전 3·4호기가 들어오는 조건이었다. 병원은 인근 주민을 상대로 대대적인 건강검진을 실시했다. 결과는 충격이었다.

이씨는 직장암 진단을 받았다. 이듬해 부인 박씨가 갑상샘암 판정을 받았다. ‘기분이 이상했다’는 게 이씨의 회상이다. “한 집 걸러 한 집씩 갑상샘암이나 다른 암 환자가 나왔어요. 8년 전 장모님도 위암 수술을 받으셨거든요. 부부가 동시에 갑상샘암 진단을 받은 집도 있어요.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씨가 갑상샘암 진단을 받을 즈음 고리원전 3호기에 ‘짝퉁’ 부품이 설치됐다는 논란이 일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의구심을 떨칠 수 없던 이씨는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 몇 명의 마을 주민이 암 진단을 받았는지 문의했다. 하지만 개인정보라 알려줄 수 없다는 응답이 돌아왔다. 평소 건강염려증이 의심될 만큼 약을 자주 챙겨먹는 아내와 꾸준히 운동을 하던 이씨에게 다른 발병 원인은 떠오르지 않았다.

“원전밖에 없었어요. 각자 직업과 생활습관이 다른 환자들의 공통점은 원전 주변에 살고 있다는 것뿐이었어요.” 모두가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 했지만 이씨가 한수원을 상대로 소송을 건 이유다.

첫 승소 판결이 나던 날 이씨는 ‘믿기지 않았다’고 했다. “돈이 문제가 아니에요. 우리 가족이 겪은 고통과 원전의 위험성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함이었어요.”

이씨는 지역주민들을 대표하고 있는 만큼 어떤 이유로든 멈추지 않고 끝까지 가기로 했다. 가족 간 상의 끝에 항소를 결심했다. “저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토박이 주민들이 많습니다. 명확한 증거가 없다고 한수원이 피할 일이 아니에요. 우리 가족이 증인이자 증거입니다.”

기장=글·사진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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