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만 정규직을 말하다] 정부 ‘노동 개혁’ 방향 문제 없나… 노동계 “해고 쉽게하는 데 악용” 반발 기사의 사진
한국에서 근로기준법상 가능한 해고 방식은 두 가지뿐이다. 긴박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있는 경우 취할 수 있는 정리해고와 근로자가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때 단행할 수 있는 징계해고뿐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경쟁업체에 밀려 일거리가 줄거나 경영상 잘못으로 인력을 줄여야 할 때 ‘퇴출 프로그램 가동’ 등의 방식으로 통상적인 해고가 주로 이뤄지고 있다.

정부가 올해 노동개혁에서 해고 요건을 명확히 하겠다는 것은 이렇듯 ‘없는 듯 존재하는’ 통상해고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근로기준법 23조 ‘사용자는 근로자를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없다’는 조항에 연관되는 ‘해고 기준 및 절차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독일, 일본 등의 사례 등을 검토해 만들고 있다.

정부 입장은 ‘정당한 이유’가 불분명해 노사 분쟁이 심화되는 만큼 이를 구체화하면 노사 모두 만족할 것이라는 뜻이다. 실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부 산하 노동위원회에 접수된 부당해고 구제 신청 건수는 2006년 6789건에서 2010년 1만969건으로, 2013년에는 1만2972건으로 급증했다.

그런데 노사 모두 환영할 것이라는 정부의 설명과 달리 노동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지금도 정규직을 자르려면 쉽게 자를 수 있는 현실에서 해고 기준 명확화가 사측으로 하여금 해고를 더 쉽게 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일 “정부의 목적은 구체적 해고 요건을 만드는 게 아니라 손쉬운 해고 요건을 만드는 데 있다”면서 “사용자들에게 유리하게 통상해고를 사실상 인정하겠다는 취지가 숨겨져 있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문제의 원인을 정규직 과보호론과 연계하는 정부의 인식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정규직 해고가 어렵다→그래서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을 기피하고 해고가 용이한 비정규직을 많이 쓴다→정규직 해고를 쉽게 하면 비정규직이 줄고 정규직이 늘어날 것이다’는 접근법이다.

노동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 같은 인식이 지나치게 단편적이라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 연구기관 관계자는 “정규직을 손쉽게 해고하는 요건을 만든다는 것이지 이를 통해 정부가 기업들에 정규직 채용을 늘리라고 강제할 순 없다”면서 “기업이 저임금에 노동조합 활동이 어려운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방향을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지난 30∼40년 동안 근대화와 산업화에 고착화된 노동 시스템 개혁 추진에 가장 큰 논란거리인 ‘고용 안정성’ 문제를 단 몇 개월 만에 뚝딱 결론을 내려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현재 노사정위원회에 참여 중인 한 인사는 “노동 패러다임은 한번 바꾸면 최소 30년간 지속돼야 하는데 기획재정부는 이것을 3월 말까지 결론을 내자는 입장”이라며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는 현 경제팀이 노동개혁에서는 자신들 입맛에 맞는 해외 사례만을 가지고 ‘손쉬운 해고로 가는 길’을 급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세종=이성규 윤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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