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만 정규직을 말하다] 노동시장 유연성, OECD ‘꼴찌’… 재취업은 하늘의 별따기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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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 ‘정규직=평생직장’이라는 인식은 오래전 사라졌다. 그럼에도 정부와 기업은 정규직 근로자들이 과보호되고 있으며, 노동시장이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막상 주위에 ‘과보호’되는 정규직은 찾기 힘들다. 이렇게 큰 인식의 차이에는 원인이 있다. 한 직장을 떠나 다른 기업으로 쉽게 옮아갈 수 없는 노동시장 단절, 기업 규모와 업종 등에 따라 양극화돼 있는 경제구조, 재취업하기까지 담보되지 않은 보호망 등이 이유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노사 양측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추진되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경직되면서도 불안한 우리 노동시장의 모순의 원인인 ‘사회적 안전장치 부족’을 채우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 투자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30대 그룹도 근속연수 10년 안돼…‘평생직장’은 없다=2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중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를 보면 지난해 8월 기준 정규직 근로자의 평균 근속기간은 85개월(7년1개월)로 8년이 안된다. 영세한 서비스업종 종사자 등의 짧은 근속연수가 전체 평균을 낮췄을 가능성은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주범으로 지목한 대기업의 근로자들의 상황은 얼마나 다를까.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가 2011∼2013년 3년간 국내 500대 기업 중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35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13년 근로자들의 평균 근속기간은 10.32년으로 집계됐다. 500대 기업에 입사해도 일하는 기간이 10년 남짓인 셈이다. 30대 그룹 계열 대기업(169개)으로 범위를 좁히면 평균 근속연수는 9.70년으로 더 낮아졌다. 한국수력원자력 등 500대 기업에 포함되는 공기업을 제외하면서 평균이 낮아진 것이다.

기업이 노동시장이 과보호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른 통계는 또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하는 고용보호지수(고용보호법제의 수준을 지수화한 것)를 보면 한국은 2.17로 OECD 평균 2.29를 밑돈다. 정규직에 대한 고용보호지수 역시 OECD 국가 중 22위에 불과하다.

◇고용보호지수 낮으면서 유연성도 떨어지는 한국 노동시장의 모순=물론 한국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다른 국가에 비해 낮다는 기업과 정부의 지적도 거짓은 아니다. OECD 기준 한국 노동시장의 유연성지수는 거의 꼴찌 수준에 가깝다. 이 같은 모순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노동법과 노동시장이 균형적으로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거치면서 기업 경영이 나빠지면 정리해고할 수 있는 길이 크게 열린 반면 고용보호법 발전은 제대로 병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근 금융계에서 시작해 제조업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희망퇴직’이 남발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반적인 해고가 안 되는 대신 사실상의 구조조정은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근로자들의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 것이다.

◇한 회사 관두면 ‘끝’인 한국 노동시장=잘리면 재취업이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도 정규직 불안을 키우는 요소다. 공채·연공 중심의 임금체계와 개별 기업 중심의 노사문화 등이 기업 간 이동을 방해한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한국에서는 전문직이나 특별한 경력직을 제외하고 다른 회사로 직장을 옮기려면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근로자가 노동시장 유연화를 받아들이긴 힘들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은 파이를 정규직에서 떼어 내 비정규직에 주는 방식이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으로 양극화돼 있는 경제의 이중구조 개선과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노사 간에 크게 벌어진 인식의 접점을 찾으려면 사회적 장치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규직의 경직성을 깨는 문제에 앞서 사회적 안정망이 촘촘하게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해서는 근로자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근로소득 보전과 훈련 지원 등을 위해서는 제도 정비와 함께 재정 투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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