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청양의 해다. 양은 오래전부터 고기와 젖 그리고 털과 가죽을 인간을 위해 주었다. 개신교나 천주교에서는 인간 스스로가 보살핌이 필요한 약한 존재라는 뜻에서 신자(信者)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또한 한자의 양(羊)은 상서롭다는 의미를 품고 있어 의(義), 선(善), 미(美)에 모두 들어 있다. 요즘 경제가 무척 어렵고 계층·세대 간 갈등도 심하다. 더구나 갑의 전횡으로 을의 집단적 열패감이 ‘미생’이라는 드라마를 흥행시키는 동력이 되기도 했다. 또한 ‘장그래법’(35세 이상 계약직 4년으로 연장)을 놓고 한국노총은 계약직을 양산한다며 기업 부담이 과도하다는 경총과 각을 세우고 있다.

이런 와중에 아무 말도 못하는 미물인 양이 어찌 우리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인가. 오늘을 살고 있지만 내일을 알 수 없는 인간, 조물주의 뜻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 창조주의 뜻은 인간의 참된 행동을 더해야 비로소 이뤄진다. 우리는 양을 통해 이를 깨달을 수 있다. 양은 말이 없다. 양은 푸른 풀을 먹고 자란다. 양은 무리를 지어 더불어 산다.

우리도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이웃과 동료에게 스스로 마음을 내어주자. 혁신이 강조되고 사물인터넷까지 등장해 사고의 융합과 복합이 절실하다. 정보를 탐색하고 분석하는 능력, 문제 해결 능력이 우선시되는 시대다. 하지만 함께 팀을 이뤄 상호 협력하여 살아가는 능력, 글로벌 변화에 공동 대응하는 창의력이 더 필요하다. 여기선 지식보다 배려와 지혜가 우선이다. 밭이 산성인 흙에 알칼리성 석회를 뿌리면 자양분이 많이 빠져나와 작물이 잘 자란다. 하지만 지력을 보충하지 않으면 다음해엔 평균을 밑돌게 된다. 사회도, 경제도 마찬가지다. 작은 성공에 취하면 끝이다.

멀리 보자. 우리의 판단에 시평(Time Horison)은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자신의 인생만을 전제로 하는 사람은 자신의 안목에 맞는 시평을 고르고, 다음 세대를 보는 이는 옳고 착하고 아름다운 판단과 양식을 취한다. 우리 삶의 성공 기준을 성과 중심으로 잡지 말자. 따로따로가 아닌 따로 또 같이 살 수 있다면 그것이 성공이라 하자. 경쟁으로 척박한 이 땅에서 꿈을 뜯으며, 매 순간 내일이 나아지길 바라는 우리에게 사회적 공동선을 향한 우리 민족의 결기를 기대한다.

한원일(부평으뜸포럼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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