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만 칼럼] 동남아에 가 있는 사람의 경우처럼 기사의 사진
1 우리 동네 한 주민은 동남아의 한 국가에 나가 있다. 지난 12월 초에 나갔으니 벌써 두 달이 됐다. 사업을 위한 것이거나 여행을 간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여기에 소개하지도 않는다. 그는 지난해 가을 미국에서 온 홍혜선이라는 자칭 전도사가 2014년 12월 14일 한국에서 전쟁이 난다는 계시를 받았다며 떠들고 다니자 ‘노아의 방주’에 승선하면 목숨을 건질 것이라며 그 일파들과 함께 나간 것이다.

그런 시한부 종말론은 지금까지 무수히 많았지만 들어맞은 적도, 비슷한 상황이 만들어진 적도 없다. 12월 14일 전쟁설도 황당한 풍설을 흘리다 사라졌다. 그럼에도 그런 사설(邪說)에 한 번 빠진 사람들은 그것이 틀렸다는 것이 분명해진 이후에도 헤어나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면 손을 탁탁 털며 나올 것 같지만 한번 이단사설에 현혹된 사람들은 이번에는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는 새로운 사설에 빠져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그들이 빠져든 기이한 주장의 몇 배에 해당되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쇼킹하거나 폐쇄적인 생각을 바꾸고, 지금까지 형성된 습관이 변화되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콜라처럼 자극적인 이단사설에 한번 빠진 사람이 생수같이 자극이 없는 유용한 정보를 받아들이기 어렵고, 특히 이단사설은 폐쇄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때문에 다른 정보를 받아들이기 매우 힘들다고 말한다.

2 지난달 19일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윤회씨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에 대해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비선 실세’ 의혹을 받아온 그는 “과거 장모(고 최태민 목사의 부인)가 박 대통령을 도와주라고 해서 비서실장으로 일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2007년 공식적으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비서실장을 그만두게 된 이유에 대해 “누구의 사위라는 게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돼 그만둘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 목사의 사위가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문제가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정씨가 그만둘 시점인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 측에서는 “박근혜 후보의 삶과 정치는 최태민씨와 떼어내려 해도 뗄 수 없다. 일각에서는 박 후보가 집권하면 최태민 일족이 집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식이라면 청와대도, 행정부도, 산하기관도, 집권당도 최태민 일족이 장악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야말로 최태민의 유훈정치가 우려된다. 국정 최고지도자로서 박 후보의 판단력이 의심되는 대목이다(7월 25일 진수희 대변인)”라는 날 선 공격을 쏟아냈다.

대체 최 목사는 누구인데 지금까지 말이 나오는가.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과 차지철 경호실장 간의 알력은 최 목사 문제와도 관련이 있으며, 김재규가 계엄사령부 군사법정에 제출한 항소이유보충서에는 10·26사건을 일으킨 간접적인 동기 가운데 하나는 최 목사 문제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10년이 더 지난 1990년 8월 박 대통령의 동생 근령·지만씨는 노태우 대통령에게 ‘최태민에게 빠진 언니를 구해 달라’는 탄원서를 보낸 것으로 보도됐다. 그리고 최근에는 정윤회씨 관련 ‘비선실세 논란’으로 나라가 한동안 시끄러웠다.

현 정부 들어 인사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이 많은 장점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려면 과거에 얽매여서도, 폐쇄적이어서도 안 된다. 한쪽은 아예 접은 듯한 인사는 국정에 엄청난 부담을 초래한다. 특정인에게 매달리거나 한쪽으로 쏠리면 실력을 지닌 사람은 힘을 쓰지 못하고 떠나게 될 것이다.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논란에서 보듯 훗날 누가 박 대통령을 위하여 김두우와 이동관처럼 싸워줄 것인가.

임순만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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