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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 사랑’ 커피 한잔 어때요?… 장애우가 바리스타 카페 ‘들무새’ 오픈

서울 중랑구 장애학생들과 부모가 운영하는 희망 카페

3일 오전 11시 서울 중랑구 면목로의 카페 ‘들무새’. 30분 후 열릴 개업식을 준비하느라 사람들이 분주하다. 들무새 협동조합 대표이사인 최우성(서울 태은교회) 목사는 이곳에서 일할 어머니들에게 “현금영수증도 처리할 수 있습니다. 취소하는 것은 지금 바쁘니까 나중에 알려줄게요”라며 결제기기 사용법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었다.

11시30분 이곳이 지역구인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 나진구 중랑구청장, 서인서 중랑구의회 의장 등이 방문했다. 발달장애학생인 곽한결(22·서울 광진학교)씨는 최 목사가 탄 에스프레소를 나 구청장에게 대접했다. 향을 맡은 나 구청장이 엄지손가락을 추켜올리자 곽씨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불과 6평 남짓한 자그마한 카페에 지역유지들이 모인 것은 이곳에 가득한 사랑과 감동을 놓치기 싫어서였을 것이다.

들무새는 중랑구 지역 장애학생들과 그들의 부모가 운영하는 카페로 남의 일을 돕고 뒷바라지한다는 뜻의 우리말이다. 1년 전만 해도 장애아이들을 보는 세상의 삐딱한 시선에 가슴 아파하던 어머니들은 지난해 3월 지역 내에서 커피 사역자로 알려진 최 목사를 찾아가 아이들 재활교육 차원에서 바리스타 수업을 실시할 것을 요청했다(국민일보 2014년 9월 11일자 24면 참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 하는 어머니들의 눈을 보니까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사마리아인의 심정으로 장애아이와 어머니들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했어요”

‘들무새 바리스타 과정’을 거친 아이들과 어머니들은 자신들만의 공간을 갖기 원했다. 최 목사가 400만원을 지원한 것을 포함해 총 20명이 3400만원의 자본금을 들여 희망 카페를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어머니 18명이 돌아가면서 이곳에서 커피를 만들고 학생들이 서빙과 쿠키 제조 등을 맡는다. 커피 관련 자격증을 4개 소지한 최 목사 아들 예훈(24)씨가 입대 전까지 이곳에서 매니저로 재능기부한다. 이날 일한 곽씨, 고교생인 장준재(19), 연승철(19)군은 올봄에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 커피 제조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장군은 “맛있는 커피로 사람들에게 많은 행복을 주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박영순(49) 커피비평가협회장은 아메리카노 커피를 시음한 뒤 “커피의 단맛과 산미(신맛)가 아주 부드럽고 좋다”며 “들무새는 장애우들의 헌신뿐 아니라 맛으로 승부해도 통할 것”이라고 칭찬했다. 서 의원은 커피, 쿠키, 음료수 등을 사며 12만원을 지출해 들무새 1호 고객이 됐다.

나 구청장은 인사말에서 “들무새는 발달장애우들을 위한 작지만 큰 걸음이 될 것”이라며 “직업훈련 등을 통해 장애우들이 정상인과 동등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다짐했다.

장군의 어머니 오영자(45)씨는 “처음에는 우리가 이 일을 과연 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며 “아이들이 카페를 보며 짓는 웃음에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앞으로 들무새 카페 2호, 3호 등도 마련하고 싶다”며 “힘없는 어린 양들에게 희망과 미소를 찾아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역”이라고 강조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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