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만 정규직을 말하다] 최저임금의 130% 수준… 생계 버거운 경우 수두룩 기사의 사진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나누는 유일한 기준은 회사와 근로계약이 끝나는 시점, 즉 잘릴 시점이 정해져 있느냐다. 어느 법도 정규직의 월급 수준이나 복지 수준 등을 비정규직보다 많은 수준으로 해줘야 한다고 정하고 있지 않다. 현실 속 상당수 정규직들이 자신의 처지가 비정규직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느끼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강한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규직 역시 월급 주는 회사(갑) 앞에서는 ‘을’인 것이 현실이다. 상당수 근로자가 생계를 꾸리기도 벅찬 박봉에 시달리거나 야근수당도 못 받은 채 밤늦게까지 일해도 회사에 처우개선을 요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체 근로자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근로자는 상황이 더욱 열악하다. 정부의 ‘정규직 과보호론’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다.

◇별 보며 퇴근하는 월급쟁이=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지난해 국내 직장인 8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야근을 일주일 평균 7시간6분 동안 했다. 대기업(6시간18분)이나 외국계 기업(6시간12분)보다 1시간 정도 많다. 야근이 많은 것은 우리나라 특유의 장시간 노동 문화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대부분 최소 인력으로 일하기 때문에 야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유휴인력이 없다보니 주말이나 대체휴일도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근로시간 단축 논의는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이슈다. 고용노동부도 최근 현행 주당 최대 68시간인 근로시간을 60시간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노사 간에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무직 근로자 대부분이 맺고 있는 ‘포괄임금제’ 계약은 장시간 근로를 하고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게 한다. 포괄임금제란 연장·야간·휴일근로 등 시간외근로 등에 대해 법정수당을 실제 근로시간과 관계없이 미리 약정해 지급하는 편법적 임금제도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10년 직장인 1만158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을 보면 응답자의 52%가 포괄임금제 적용을 받고 있었다.

◇임시·일용직과 별 차이 없는 중소기업 임금=그렇다고 월급이 넉넉한 것도 아니다. 특히 기업 규모별로 임금 격차는 커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기준 300인 미만 중소 제조업체의 평균 월급은 219만3867원이다. 기본급만 보면 158만4688원으로 전체 임시·일용직 월급(136만8000원)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지 않다. 고용부가 최근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에게 제출한 ‘2009∼2013년 임금현황’ 자료도 300인 이상 대기업 정규직 직원의 임금이 5∼299인 기업의 임금보다 배 정도 많았다. 야근은 중소기업 직원들이 더 많이 한다는 설문결과가 있었지만 지난해 11월 고용부 자료를 보면 초과근무 수당은 대기업이 더 많다. 그러나 중소기업 근로자가 받은 월평균 초과근로수당은 5만8837원으로 300인 이상 기업(33만938원)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2013년 12월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판결해 주머니 사정이 좀 나아질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에서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빼도록 규정을 고치는 식으로 제외된 경우가 많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적잖은 정규직들이 시급으로 따지면 최저임금의 120∼130% 정도만 받고 일을 한다”며 “비정규직이 발생하는 원인을 정규직의 높은 인건비에서 찾는 것은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한 만큼 대우받지 못하는 현실이 정규직들의 불만을 고조시킨다. 특히 작은 기업일수록 노동에 비례해 보상이 이뤄지기 힘들다. 임금 체계 개편 논의에서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의 격차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정규직 내의 비정상적인 임금체계 정상화를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논의 중인 노사정위 관계자는 “비정규직-정규직 프레임에만 갇히면 비정규직의 박탈감만 높이고 실제 개선해야 할 사안을 놓칠 우려가 있다”면서 “비정규직 처우를 정상화하는 한편 정규직 내의 격차를 좁히는 제도 개선이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용상 윤성민 기자, 조민영 기자

sotong203@kmib.co.kr

▶ 관련기사 보기◀

▶ [1200만 정규직을 말하다] 비정규직보다 못한… ‘悲’ 정규직 널렸다

▶ [1200만 정규직을 말하다] 최저임금의 130% 수준… 생계 버거운 경우 수두룩

▶ [1200만 정규직을 말하다] 소득과 지출 간극은 점점 더 벌어지고… 근로자 상당수 빚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 [1200만 정규직을 말하다] ‘꿈’ 같은 정규직도… 불안에 떤다

▶ [1200만 정규직을 말하다] 노동시장 유연성, OECD ‘꼴찌’… 재취업은 하늘의 별따기

▶ [1200만 정규직을 말하다] 정부 ‘노동 개혁’ 방향 문제 없나… 노동계 “해고 쉽게하는 데 악용” 반발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