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김계동]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의 함수 기사의 사진
최근 한국과 미국의 대북정책 차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 북한과의 대화를 점진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를 거부하면서 북한의 붕괴를 거론하고 있다.

한국 내부에서는 미국과의 동맹관계 상황에서 미국과 상이한 대북정책을 모색해도 되는지에 대한 우려와 동맹관계라도 국가 자율성으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상반된 시각이 나타나고 있다. 양국의 대북정책 사이에는 한·미동맹이라는 변수가 크게 자리 잡고 있다. 냉전 기간 동안 한·미동맹은 북한을 공동의 적으로 상정하는 공동목표가 있었지만, 냉전 종식으로 이러한 상황은 변했다. 중국과 구소련이 한국과 수교한 이후 한반도의 교차승인 문제가 등장했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로운 개념의 질서가 창출되기 시작했다.

공동의 적이었던 북한에 대해서 한국과 미국이 함께 3각 화해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양국이 북한과 별도의 대화를 시작하는 등 새로운 복합관계가 등장했다. 미국은 1987년부터 베이징에서 북한과 참사관급 회담을 시작했고, 남북한은 1988년부터 고위급회담 개최를 위한 예비회담을 시작한 후 1990년부터 본회담을 개최했다. 동맹국들이 공동의 적과 별도의 대화를 시작한 것이다. 이때부터 양 관계에 대한 의문과 우려가 종종 제기되었다.

동맹관계이지만 한국과 미국은 각기 주권국가이며, 나름대로 국가목표와 국익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에 북한은 화해하고 통일을 해야 할 대상이면서 직접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적대관계인 셈이다.

반면 미국은 주한미군을 제외하면 북한과 군사적으로 직접 대치하지 않고 있으며, 북한은 동북아 안정 및 한반도 평화를 위해 미국이 관리해야 할 대상이다.

냉전이 종식된 이후에도 한국과 미국은 북한에 대해 대체로 협력관계를 유지했지만 그 강도는 기복이 있었다. 1996년 4월 빌 클린턴 대통령은 제주도 방문 시 김영삼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북·미 간 대화에 한국 정부가 간섭하지 말라는 ‘제주선언’을 발표했다. 당시 김 대통령은 북·미관계 개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면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병행을 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양 관계의 분리를 원했던 클린턴은 제주선언을 통해 남한의 간섭을 막을 수 있었다.

구조적 차원에서 봤을 때 냉전 종식 이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는 대체로 분리돼 이루어져 왔다. 1992년 기본합의서 체결 등 남북한의 화해무드 때 1993년 북한의 핵문제 등장으로 대화의 축이 북·미관계로 넘어갔고, 2000년 남북정상회담 개최 이후 다시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었을 때 2002년 미국의 의혹 제기로 북핵 문제가 재등장하며 분위기가 냉각되었다.

요컨대 2000년 이후 양 관계는 무조건 의존하는 협력관계이기보다는 자주적 협력관계라 할 수 있다. 특히 2001년 미국 부시 정부의 등장 이후 2002년 북핵 문제가 대두돼 북·미관계는 극한적 대립관계였으나, 남북한은 2000년 정상회담 시 이루어진 화해 분위기를 유지하며 개성공단을 완성시켰다. 21세기에 들어 남북관계는 외부적인 요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주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오히려 내부적인 이념적 갈등이 남북관계를 발전시키지 못하는 측면이 크다.

최근 들어 중국이라는 중요한 변수가 등장한 동북아의 국제관계에서 한국은 어느 한 국가 일변도의 정책보다는 자주적인 입장에서 한반도 문제를 주도하는 외교정책과 대북정책을 병행해 추진해야 한다.

김계동 연세대 교수·국가관리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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