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염성덕] 사랑의 연탄 기사의 사진
연탄은 30년 전만 해도 국민 대다수가 애용하던 연료였다. 하지만 지금은 빈곤과 소외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전국에서 연탄을 사용하는 16만8000가구 가운데 10만 가구는 연탄값을 감당하기 힘든 ‘에너지 빈곤층’이다. 연탄을 때는 저소득층과 영세 노인들의 평균 연령은 80세에 달한다.

많은 이들은 연탄을 ‘추억의 연료’로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빈곤층에게 연탄은 먹거리 못지않게 긴요한 필수품이다. 에너지 빈곤층을 돕는 최전선에 사회복지법인 ‘밥상공동체 연탄은행’(대표 허기복 목사)이 있다.

목표치 300만장 돌파 예상

연탄은행이 지난해 국민일보에 손을 내밀었다. ‘사랑의 연탄’ 300만장을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할 목표를 세웠는데 도와 달라는 것이었다. 지난해 10월 27일 국민일보와 연탄은행은 ‘따뜻한 겨울나기-사랑의 연탄은행’ 캠페인과 관련해 상호 지원과 협조를 약속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공동 캠페인을 벌이기로 한 것이다.

복음 실은 국민일보는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명령을 준행하기 위해 연탄은행과 손을 맞잡은 것이다. 이는 국민일보의 사시(社是) ‘사랑·진실·인간’을 실천하는 것과도 맥을 같이하는 일이었다. 국민일보는 연탄은행의 모금활동, 연탄 배달, 캠페인 취지, 후원자 명단을 지면에 소개하고 광고도 내보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낙관했다. 하지만 지속되는 경기 침체의 후폭풍은 연탄 나누기 운동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정부 지원을 전혀 받지 않고 순전히 후원자의 도움만으로 운영되는 연탄은행에 경기 침체는 악재로 작용했다. 경기 침체의 여파로 연탄 소비 가구마저 늘어났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도움의 손길이 절실했는데, 되레 연탄 후원자가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연탄은행과 MOU를 맺은 국민일보에서 기사를 책임진 간부로서 뭔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했다. 기상청이 맹추위를 예보한 지난해 12월 17일을 디데이(D-Day)로 잡았다. 17일자 미션라이프 1면 톱으로 ‘불황으로 연탄기부 예년의 절반/에너지 빈곤층 10만 가구 한파 비상’이란 기사를 올렸다. 이전에는 미션라이프 3면에 배치하던 것을 1면으로 옮기면서 기사를 키운 것이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야 하는 에너지 빈곤층을 돕자고 호소했다. 전국 31개 연탄은행 지부 가운데 후원이 저조한 지역들도 공개했다.

개인이 후원금의 55% 기탁

작전은 주효했다. 연탄은행에 도움을 주겠다는 이들의 전화가 하루 종일 빗발쳤다고 한다. 교회 기업보다는 개인들이 이웃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지갑을 열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미국 호주 일본 등 외국에서도 국민일보 기사를 접하고 성금을 기탁했다. 허기복 목사는 “연탄을 외상으로 사서 공급하는데, 후원이 예년의 절반으로 줄어 발을 동동 굴렀다”며 “캠페인 중반을 넘어서면서 후원자들이 늘어 올해 목표치인 300만장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달 31일 현재 후원액을 집계한 결과 개인 55%, 교회·단체 26.7%, 기업이 18.3%에 달했다. 개미군단의 사랑의 묘약이 빛을 발한 것이다. 이 땅에 이런 개미군단이 있어 살맛이 난다.

염성덕 종교국 부국장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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