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電 우리에게 무엇인가] 원전 괴담은 불안이 만든 상상 속 공포 기사의 사진
'원전은 잠재적 핵폭탄.' '일본산 생선은 독극물.'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원전 괴담'들이다.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에 이어 국내에서도 원전 관련 비리 의혹이 속출하면서 이 같은 괴담들도 급속도로 유포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들 중 대부분이 '사실무근'이라고 지적한다.

◇원자력 발전소는 정말 ‘핵폭탄’일까?=지난달 말 원자력안전위원회 인터넷 게시판에 항의성 게시물이 올라왔다. 글을 쓴 네티즌은 “집에서 쓰는 밥솥도 낡으면 바로 교체한다”며 “원전 부품이 삭으면 발전소가 핵폭탄 터지듯 폭발할 것이다. 당장 후쿠시마도 그렇지 않았느냐”고 성토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우라늄235는 우라늄 동위원소 중 유일하게 핵분열이 가능하며 천연 우라늄 광석에선 0.7% 정도 차지한다. 핵폭탄은 우라늄235를 90% 이상 농축해 원료로 사용함으로써 통제가 불가능한 핵분열 반응을 일으키는 방식이다.

반면 원자력발전에 사용되는 원료는 저농축 우라늄이다. 우라늄235 함유량이 5% 이내여서 그 어떤 충격을 받아도 핵폭발이 일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또한 핵연료 자체가 폭발한 것이 아니다. 쓰나미로 원전이 침수되면서 냉각수 펌프 가동이 중단돼 원자로 내부 온도가 1200도 이상 올랐고, 이어 발생한 수소가스가 폭발해 원자로 천장이 날아간 것이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핵폭발이 일어났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특히 국내 원전은 일본과 달리 1.2m 두께의 콘크리트 돔이 설치돼 있어 수소 폭발도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열도와 한반도는 방사능 투성이?=후쿠시마 사고 직후 국내 인터넷에는 정체불명의 지도 한 장이 유포됐다. 후쿠시마는 물론 수도 도쿄를 포함해 일본 혼슈의 70%를 검게 칠하고 ‘방사능 오염 지역’이라 표기한 지도였다. 이어 바람과 해류를 타고 세슘 등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를 뒤덮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중앙대 에너지공학부 정동욱 교수는 8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단언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명백한 위험 지역은 후쿠시마 원전 반경 10㎞ 정도이며 그 외 지역은 자연 상태에 가깝다.

‘후쿠시마산 수산물 공포’ 또한 과장된 측면이 있다. 정 교수는 “방사능 물질은 측정이 매우 쉽다”며 “일반인이 10만∼20만원 상당의 측정기를 들고 다녀도 얼마든지 나오는데 지금까지 위험 수준으로 방사능이 검출된 수산물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서균렬 교수 또한 “인체에 위험한 수준까지 방사능에 오염된 물고기는 그 자리에서 죽어버려 우리 식탁에까지 오르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주 극단적인 경우를 상정하자면, 건장한 남성을 기준으로 후쿠시마 연안에서 오염수를 마신 생선을 꾸준히 150마리 정도 먹어야 건강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죽음의 도시’ 체르노빌은 관광지로 개발=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가 벌어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지역은 어떨까. 인터넷에선 이 지역이 방사능 오염 때문에 외교부가 여행자제 지역으로 지정했다고 알려졌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외교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역이 여행자제 지역인 건 맞지만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의 정정불안 때문”이라며 “방사능 오염 때문에 그렇게 지정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정부는 2000년대 초부터 체르노빌 지역을 관광지로 홍보 중이다. 치명적인 수준의 방사능은 이미 소멸됐기 때문이다. ‘함부로 돌아다니거나 기물을 만지지 말 것’ ‘아스팔트 도로를 벗어나지 말 것’ 등의 주의사항만 지키면 원전 인근 지역 정도는 방호복이 아닌 평상복을 입고도 둘러볼 수 있다. 실제로 체르노빌 원전 인근 도시 프리피야트는 사실상 개방된 상태다. 원전 사고 이후 소개령이 내려진 지 30여년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동식물의 낙원이 됐다. 2013년에는 체르노빌 사고 직후 고향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일부 주민들의 생활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판도라의 약속’이 공개되기도 했다.

◇원전 공포의 출발은 히로시마 재앙…‘상상 속의 공포’ 극복해야=그렇다면 이 같은 공포의 근원은 대체 무엇일까. 서 교수는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핵을 처음 경험한 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투하였다”며 “원자력은 시작부터 대량살상무기라는 이미지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포가 사그라질 때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했다. 원전 지붕이 굉음을 내며 폭발하는 장면을 생중계로 본 사람들은 ‘핵은 언젠간 폭발한다’는 공포를 쉽사리 떨쳐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체르노빌 사고로 인한 공식 사망자는 40여명 수준이며 후쿠시마 원전은 방사능 누출로 인한 사망자가 아직 한 명도 없다. 사실상 상상 속의 공포인 것”이라며 “오히려 이 같은 대규모 원전 사고를 계기로 원자력에 대한 공포가 과대평가됐음이 확인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수원 해킹 사건도 해커가 실제로 원전을 멈추려 했다기보다 국민들의 불안감을 조성하려 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해커는 원전을 세울 수도 없었고 단지 사회 불안을 야기하는 게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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