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원자력협정 뭘 담았나… 건건이 사전허가 받던 옛 협정보다 진전 기사의 사진
타결 단계로 알려진 새 ‘한·미 원자력협정’은 미국의 핵 비확산 정책과 한국의 원전산업 발전 전략을 적절히 절충한 것이다. 핵폭탄 원료로 사용될 위험이 있는 ‘사용후 핵연료’의 농축·재처리는 여전히 미국이 관장하되 일부 물질의 연구·개발(R&D)과 산업 협력은 우리 정부의 자율로 진행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미국은 자신들의 기술을 이전받아 원전을 운용하는 모든 국가에 대해 사용후 핵연료 농축·재처리를 금지하는 이른바 ‘골드 스탠더드’를 고집해 왔다. 원전 사용후 연료를 그대로 해당 국가로부터 이전받아 자신들이 보관하거나 재처리한다는 것이다. 40여년 전 체결된 ‘1기’ 한·미 원자력협정도 이 같은 미국의 일방적인 원칙이 그대로 담겼다.

그러나 새 협정은 주요 원전 수출국으로 탈바꿈한 우리나라의 위상이 충분히 반영됐다는 평가다.

현재 한·미는 ‘파이로 프로세싱(사용후 핵연료의 건식 재처리)’, 사용후 핵연료 이동 및 저장 등 3개 분과위원회를 구성해 원자력 연료주기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파이로 프로세싱은 전해환원과 전해정련으로 구성된다. 사용후 핵연료는 1단계인 전해환원에서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같은 핵무기 원료로 분리되지 않는다. 바로 1단계까지는 핵 확산 우려가 없다는 게 원전업계의 정설이다.

새 협정 체제에서는 이 부분까지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안전시설이 갖춰진 차폐시설(핫셀)에서 연구를 실시한 뒤 그 결과만 미국에 사후 통보해주면 된다는 뜻이다. 건건이 사전허가를 받아야했던 구(舊)협정보다 자율성이 크게 확대된 것이다.

거기다 원전 연료 수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내용도 협정에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원전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양국 산업계 간 협력 채널을 구축하고 민감한 설비의 미국 내 반출 절차를 개선하는 내용도 들어갈 전망이다.

당초 우리 정부는 협상의 목표로 사용후 핵연료 효율적 관리, 원전 연료 안정적 공급, 원전수출 증진 등을 원했다. 이번 협정은 이를 대부분 충족시킨 것으로, 이전보다 진일보한 셈이다. 정부 소식통은 8일 “우리가 필요한 만큼 (원전 관련) 연구·개발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처럼 미국으로부터 포괄적 사전동의를 아예 면제받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우리의 자주적 핵사용 권리가 침해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미 원자력협정은 1972년 체결돼 미국이 제공한 기술·장비·물질로 국산 원전을 건설했다. 이후 우리나라 위상이 높아지면서 이에 걸맞은 협정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대두됐다. 2010년 10월부터 미국과 새 협정 체결 협상에 돌입했고, 2013년 4월 현행 협정의 만기를 2년 더 연장키로 한 뒤 추가 협상을 진행해 왔다.

새 협정은 미국 의회의 비준을 거쳐야 효력을 발휘한다. 협정 기간은 미국 관례에 따라 30년이 될 전망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 관련기사 보기◀

▶ 美 ‘비확산 정책’ 골격 유지, 韓 ‘연구·개발’ 자율 확대… 한·미 원자력 협상 사실상 타결

▶ 北, 동해로 단거리 미사일 5발 발사

▶ 朴 대통령 연내 訪美

▶ 한·미 원자력협정 뭘 담았나… 건건이 사전허가 받던 옛 협정보다 진전

▶ “朴 대통령 오시나요?” 러, 5월 방문 촉각 곤두

▶北, KN 계열 함대함미사일 발사 공개… 한·미 훈련 겨냥 시위? 무력 과시?

▶ [原電 우리에게 무엇인가] 원전 괴담은 불안이 만든 상상 속 공포

▶[原電 우리에게 무엇인가] ‘불시 정지’ 사고일까 고장일까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