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박정수] 증세논쟁보다 더 중요한 것 기사의 사진
최근 정치권에서는 연말정산, 담뱃값 인상, 주민세 인상, 건강보험료율 체계 개편 등의 논란으로부터 촉발된 복지 및 증세에 관한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증세인 듯 증세 아닌 증세 같은 현 정부의 정책을 놓고 ‘증세다’ ‘아니다’라는 지루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 정책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는 정치권에서 중요한 사안일지 모르지만 사실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미래에 닥칠 위험과 기회의 요소들을 찾아내어 국민들을 이끌어가는 혜안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현재 복지 수준과 조세 체계를 들여다보면 지금의 복지 수준만으로도 머지않아 재정 악화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2014년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 의하면 정부지출 중에서 복지지출 등 경기와 무관하게 탄력적 조정을 할 수 없는 의무지출 비중이 2007년 42%에서 2014년 47%로 증가했으며 2017년에는 52%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정지출은 지난 7년간 연평균 5.9% 증가했고 그중 의무지출은 연평균 7.5%의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재정지출과 의무지출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가장 큰 요인은 공적연금 적자 부분 보전과 기초연금 지출 같은 고령화에 따른 복지지출 증가 부분으로 분석된다. 이 두 요인이 복지 의무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도 53%에 달해 향후 고령화가 심화됨에 따라 급증할 것은 자명하다. 또한 현재 재정지출과 의무지출 증가율이 GDP 증가율을 크게 상회하고 있어 결국 세수확대 없이는 재정 적자가 발생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므로 좋든 싫든 가까운 미래에 증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에 복지가 더 요구된다면 본격적인 증세를 해야 하는 시기가 더욱 앞당겨질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권에서는 저부담-저복지냐 중부담-중복지냐를 거론하며 마치 우리가 메뉴를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미래에 닥쳐올 재정지출과 세 부담 증가가 현실화됐을 때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서두르는 것이 훨씬 더 시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세 부담 증가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세 부담 증가가 기업의 투자와 개인들의 근로 의욕을 낮추어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의 저성장 기조가 더 심화되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다시 세수 감소, 재정 악화, 증세 압력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의무지출 확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고전하고 있는 일부 남유럽 국가들의 힘든 싸움에서 보듯 우리가 반드시 피해가야만 하는 시나리오다.

지금의 우리 경제는 대기업을 포함한 기업 부문의 수익력 악화, 엔저 및 중국의 추격으로 인한 국제 경쟁력 약화, 창조적 기업의 부재, 고용창출 능력 저하 등 낙관적 요소를 어디 하나 찾아볼 수 없는 위기 상황이라고 본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복지-증세 논쟁보다는 우선 인구구조적으로 예기된 재정지출 증가와 세 부담 확대에 따른 경제활동 위축에 대한 대비책이다. 이는 비효율적인 기업들의 구조조정, 노동시장 개혁, 금융감독 개선, 교육 시스템 개혁, 효율적인 복지정책 등 구조개혁을 꾸준히 추진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세 부담 확대가 초래할 비효율을 상쇄하고 경제의 동력을 되살릴 수 있는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겐 여론을 의식하여 근시안적 시각에서 정쟁에 힘을 소모하는 무책임한 정치권보다는 냉엄한 현실을 용기 있게 전해 국민들을 설득하고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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