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자녀를 둔 지인이 전해준 얘기다. 서울의 모 고급 아파트 부근의 백화점 선물코너에선 학부모 주문을 받아 교사 집으로 고액의 선물을 배달해 주는 시스템이 있다. 선물코너 직원이 인근 학교 교사들의 전화번호와 주소를 확보하고 있어 전화만 하면 선물 전달이 가능하다고 했다. 학교로 찾아가 책이나 케이크 속에 돈 봉투나 상품권을 넣어 건네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각 지역 교육청에서 촌지 근절을 다짐하고 있지만 이런 음성적인 거래를 막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촌지는 은밀하게 거래되기 때문에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작년 말 서울 계성초등학교 사건처럼 학부모가 민원을 제기하지 않는 한 교육 당국이 자체 노력만으로 밝혀내는 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노력을 기울여서라도 촌지는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교육 현장을 오염시키는 주범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학부모가 교사에게 촌지를 건네는 것은 자기 자녀가 부정직하게 우대받기를 원하는 데서 비롯된 일종의 죄악이다. 교사가 촌지를 받는 것은 특정 학생에게 불공정하게 이익을 주겠다는 약속이 내재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촌지를 주지 않는 학부모의 자녀는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기 마련이다. 이런 현상을 방치하는 것은 너무나 비교육적이다.

촌지를 받는 교사가 나쁘다지만 주는 학부모 또한 나쁘다. 기본적으로 주는 사람이 없으면 받는 사람도 없지 않겠는가. 촌지를 줘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교사들 다 썩었다”고 욕하는 경향이 있다. 교통법규 위반 시 벌금을 내지 않고 교통 경찰관에게 돈을 쥐어주고 해결한 뒤 “교통경찰관 다 썩었다”고 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부정한 금품을 바라지 않고 정직하게 교단을 지키는 대다수 교사들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촌지는 근절돼야 한다.

촌지는 주로 초등학교 교사들에게 주어지지만 대입 수시모집비중이 커지면서 학생부가 중요해짐에 따라 고교 교사들에게 건네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정말 심각한 일이다. 입시 성적을 돈으로 사려는 범죄 행위와 뭐가 다른가. 새 학기를 맞아 촌지 준 학부모 자녀를 각종 포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제도화할 것을 교육 당국에 건의한다. 입시에 치명적인 불이익을 줄 필요가 있다.

곽빈화(경기도 고양시 강송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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