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만 정규직을 말하다] 고용·소득 안정된 130만명… 그들이 ‘정규직 과보호론’ 근거 기사의 사진
대한민국 정규직 1200만명 중 고용과 소득이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유노조·대기업에 다니는 정규직은 130만명에 불과하다. 비정규직을 합친 전체 근로자 1800만명을 대상으로 하면 10명 중 1명도 채 되지 않는 셈이다. 130만명의 근로자들은 정부와 재계의 ‘정규직 과보호론’ 주장의 주된 근거로 자리잡고 있다. 국민일보는 10일 이들 중에서도 ‘최상위 계층’으로 분류되는 정규직 2명을 직접 만나봤다.

이강호(가명·45)씨는 현대차 공장 생산직으로 23년째 근무 중이다. 이씨가 하는 일은 품질 검사로 하루 평균 8시간30분씩 일한다. 1주일씩 번갈아 주·야간조에 속하는데 주간조의 경우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40분(휴식 40분)까지 8시간 일하고, 야간조는 오후 3시40분부터 새벽 1시30분까지 9시간(휴식 50분) 일한다. 여기에 특근이란 이름의 8시간 주말근무를 한달에 두 번씩 한다.

이렇게 해서 이씨가 받는 총 연봉은 1억원이 조금 넘는다. 이씨는 그러나 자신이 어떤 수당을 얼마나 받는지 잘 알지 못했다. 현대차 노사가 수십년 동안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인상 대신 각종 수당을 신설하면서 생산직 수당 종류만 100개가 넘기 때문이다. 그는 “일한 만큼 받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급여 외 복지 혜택에는 만족감을 표했다. 아이 셋째까지 대학 학자금은 100% 지원받을 수 있고 의료비는 본인과 직계가족에게 50% 지원된다. 여기에 2년에 한 번씩 20% 할인된 가격으로 현대차를 살 수 있다. 2013년 근무 형식이 주야 2교대에서 현재의 주간연속 2교대로 바뀌면서 문화 복지 포인트도 반기에 50만원씩 나온다. 주간조의 경우 오후 3시40분에 조기 퇴근하니 가족과 함께 쓸 수 있는 문화비용을 회사가 지원해주는 취지다.

이씨는 그러나 ‘귀족노조’라는 말에 강한 반감을 나타냈다. 그는 “돈 많이 받고 일 안 하는 게 귀족이지 않느냐? 2013년 근무 방식이 바뀌면서 하루 2∼3시간 근무시간이 줄었지만 노동의 강도는 더 세졌다”고 항변했다.

송상필(가명·41)씨는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 직원이다. 입사 12년차인 그는 한국전력 모 지사에서 관리직으로 일한다. 송씨의 연봉은 7500만원, 오전 8시30분 출근에 저녁 7시쯤 퇴근한다. 야근은 거의 없다. 송씨는 2년 전 시험을 봐서 차장으로 승진했다. 과장 때와 달리 노조에서도 자동 탈퇴됐고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바뀌었다. 그는 “승진에 욕심이 없으면 만년 과장으로 매년 호봉이 오르면서 정년퇴직하면 더 편하게 살 수 있다”고 귀띔했다.

현 정부 들어 강하게 추진된 공기업 방만 경영 축소 움직임에 복지 혜택은 많이 줄어든 것이 송씨의 불만이다. 자녀 대학 학자금 지원은 학자금 대출로 바뀌었고 1년에 100만원 정도 나오던 복지 포인트는 아예 없어졌다. 장기재직휴가와 격려금도 사라졌다. 송씨는 “신의 직장은 옛말이 됐다”고 했다. 그는 “본사가 서울에서 전남 나주로 이전하면서 본사 근무 메리트가 크게 떨어졌다”면서 “업무 강도가 센 본사에 끌려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두 사람에게 정리해고와 희망퇴직의 두려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40대 초중반인 두 사람은 “특별히 아픈 곳이 없으면 60세 전에 그만두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정년을 꽉 채울 계획”이라고 입을 모았다.

세종=이성규 윤성민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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