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만 정규직을 말하다] 정규직 10명 중 9명, 여전히 윗목서 떤다 기사의 사진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정규직 중 개혁 대상이 되는 정규직은 존재한다. 이들은 1970, 80년대 고성장 시대 형성된 경직된 연공주의 임금 시스템으로 연차가 오르면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임금이 오르는 구조에 속해 있다. 여기에 강성 노조의 보호도 받는다. 쉽게 말해 높은 임금을 받으며 정년이 보장되는 근로자들이다. 문제는 이런 과보호를 받고 있는 정규직이 극소수라는 점이다. 전체 정규직의 90% 이상이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처해 있다. 정부가 정규직 과보호론을 내세우며 전체 정규직을 개혁 대상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왝더독(wag the dog·꼬리가 몸통을 흔들다) 현상’처럼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해도 너무한’ 극소수 정규직도 있다=현대차 판매영업 정규직 중에는 ‘012부대’로 불리는 부류가 있다. 1년에 차를 아예 한 대도 못 팔거나 1∼2대를 파는 직원을 가리키는 현대차 내부 용어다. 이들이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고정급과 성과급 비율이 8대 2로 성과급 없이도 매년 호봉제를 적용받아 고정급이 오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또 직급과 무관하게 노조원 신분으로 고용도 보장된다.

현대차 전주공장 생산직 정모(44)씨는 지난 2013년 1월, 4일간 무단결근을 하고 해외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정씨는 작업장에 자신의 사복을 걸어놓고 출근한 것처럼 위장했다가 회사에 적발돼 해고됐다. 이에 정씨는 해고 무효 소송을 냈고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정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현대차 취업규칙에 1개월간 무단결근을 5일 이상 했을 때 정직이나 감봉 처분이 가능하다고 돼 있다”며 “사측의 느슨한 인력 운용이 정씨의 일탈행위를 부추긴 면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0일 “현대차는 연공서열 등 경직된 임금 구조, 통상임금 논란 등 현재 우리 노동시장의 문제점을 모두 함축하고 있다”며 “이 지경까지 온 것은 현대차 노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그동안 수익이 난 만큼 정당하게 근로자들에게 돌려주지 않고 기본급 대신 각종 수당을 신설하는 편법을 즐겨 썼고, 노조 역시 고임금의 대가로 불법적인 사내 하청 등 구조적 문제에 눈감아 왔다.

◇정규직 ‘몸통’은 오히려 보호받아야 할 대상=문제는 정규직 중 실제로 아랫목의 온기를 쬐고 있는 정규직이 10명 중 1명도 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체 정규직 1248만6000명 중 노조가 있는 대기업 소속 근로자는 136만3000명(10.9%)뿐이다. 나머지 90%의 정규직은 월 평균 임금이 300만원이 되지 않고 평균 근속기간도 5.7년에 불과했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136만명의 정규직 중에서도 현대차 생산직과 같이 연차가 오를수록 임금이 오르고 희망퇴직 걱정 없이 정년을 보장받는 ‘진짜’ 정규직은 50만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정규직 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종업원 300인 이상에 노조가 있는 기업에 소속된 정규직의 월 평균 임금은 2008년 428만8000원에서 2013년 502만7000원으로 17.2% 올랐다. 반면 이들을 뺀 나머지 정규직의 임금 수준은 같은 기간 235만8000원에서 273만5000원으로 16.0% 오르는 데 그쳤다. 정규직 내 ‘윗목’과 ‘아랫목’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현 노동시장 구조를 ‘윗목=비정규직, 아랫목=정규직’으로 단순화해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해 정규직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정부의 이런 논리는 자칫 정규직의 하향 평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비정규직 처우 개선 문제와 함께 비정규직과 다름없는 처우를 받고 있는 대다수 정규직의 임금 및 처우 개선 문제도 이번 노동개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노동소득 분배율은 약화되고 있다”며 “정부가 작은 파이를 두고 정규직의 몫을 빼앗아 비정규직에게 나눠주려 하기보다 기업이 수익을 더 내놓게 해 노동시장 전체 파이를 키우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윤성민 기자

▶ 관련기사 보기◀

▶ [1200만 정규직을 말하다] 고용·소득 안정된 130만명… 그들이 ‘정규직 과보호론’ 근거

▶ [1200만 정규직을 말하다] 정규직 10명 중 9명, 여전히 윗목서 떤다

▶[1200만 정규직을 말하다] 노사관계, 1997년 이전 수준 멈춰… 정규직·비정규직 ‘이중구조’ 심화

▶ [1200만 정규직을 말하다] 비정규직보다 못한… ‘悲’ 정규직 널렸다

▶ [1200만 정규직을 말하다] 최저임금의 130% 수준… 생계 버거운 경우 수두룩

▶ [1200만 정규직을 말하다] 소득과 지출 간극은 점점 더 벌어지고… 근로자 상당수 빚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 [1200만 정규직을 말하다] ‘꿈’ 같은 정규직도… 불안에 떤다

▶ [1200만 정규직을 말하다] 노동시장 유연성, OECD ‘꼴찌’… 재취업은 하늘의 별따기

▶ [1200만 정규직을 말하다] 정부 ‘노동 개혁’ 방향 문제 없나… 노동계 “해고 쉽게하는 데 악용” 반발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