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만 정규직을 말하다] 노사관계, 1997년 이전 수준 멈춰… 정규직·비정규직 ‘이중구조’ 심화 기사의 사진
한국의 노사관계는 우리 경제 수준을 떨어뜨리는 요소 중 하나다. 세계경제포럼(WEF)이 평가한 한국의 노사협력 수준은 148개국 중 132위, 국제경영개발원(IMD) 기준으로는 60개국 중 56위에 불과하다. 한국의 노사관계는 특히 기업 내에서 임금협상 등에 집중돼 있어 근로시간 단축이나 비정규직 문제, 정년 연장 등 노동시장 전반을 아우르는 문제를 발전적으로 논의하기 어려운 구조다. 강성 노조의 보호를 받는 일부 대기업 근로자와 노조 조직 자체가 어려운 작은 기업의 비정규직 근로자 등으로 양극화돼 있는 우리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도 기업별 노사관계의 결과물이라는 지적이다.

◇1987년 이후에 머물러 있는 기업단위 노·사 관계=한국은 산업화 초기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룩하면서 정상적인 노사관계를 정착시키지 못한 채 1987년 민주화 바람을 맞았다. 상대적으로 교섭력이 강한 기업별 노동조합이 급증했다. 정규직 중심의 안정된 조직 기반을 바탕으로 한 대기업 내 기업별 노조는 87년 이후 10여년간 임금 상승과 고용 안정 확보라는 나름의 성과를 이뤄냈다. 문제는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노동시장은 급속도로 유연화되고 비정규직 등 불완전하고 다양한 고용 형태가 생겨났지만 노사관계는 ‘87년 이후’에서 변화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이 때문에 교섭력이 있는 대기업·공공부문과 미조직된 중소기업·비정규직 노동력 등 간에 격차가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노사관계가 단체교섭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의 노사관계가 회사의 경영·전략, 생산 방식이나 관리체계·노동현장 등에 대한 논의를 아우르는 것과 대비된다. 경영 전략이나 작업 현장의 발전 등을 노사가 함께 고민하는 형태가 될 경우 갈등은 줄고, 비정규직이나 여성 등 약자에 대한 배려도 논의할 여지가 생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효성 있는 ‘중앙 노사관계’ 구축돼야=기업단위 노사관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노사정위원회다. 중요한 노동정책 등을 정부 일방이 아닌 노와 사측이 함께 논의할 장을 마련하자는 취지였다. 지금도 노동시장 구조개선 대타협 방안이 노사정위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노사정위 자체가 실질적인 대표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대표적인 것이 노동자 대표로 참여하는 한국노총의 대표성 논란이다. 1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국내 노동조합에 가입한 노조원의 44.4%만이 한국노총에 소속돼 있다. 33.9%가 가입한 민주노총은 노사정위 논의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도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의 정규직 등 노조 자체가 없는 회사에 다니는 근로자는 아예 배제된 상태다. 이용득 새정치민주연합 노동위원장은 “노사정위 논의를 정부가 주도하는 것도 문제”라면서 “중앙 단위에서 노와 사가 직접 대화할 수 있는 틀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대학교 청소직, 커피업종 근로자, 패션업계 디자이너 등 노조 설립이 어려운 근로자들의 경우 유사 업종·산업 단위 노사정 논의를 활성화해 통용되는 근로기준 등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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