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10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국정 청사진을 밝히기보다 제기된 온갖 의혹들에 대해 사과, 해명하기 바빴다. 민선 도지사 출신에다 새누리당 원내대표인 그가 정홍원 총리 후임으로 지명됐을 때만 해도 이번 청문회는 정책검증 무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으로 시작된 ‘의혹 시리즈’는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왔다. 본인과 차남의 병역 특혜, 부동산 투기, 황제 특강, 경기대 교수직 채용, 억대 연봉자인 차남의 세금 탈루 및 건강보험료 미납 의혹으로도 부족해 최근엔 ‘보도 외압’ 녹취록까지 공개됐다. 녹취록엔 과거 언론을 통제했고 앞으로도 통제할 수 있다는 그의 왜곡된 언론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직도 독재시절에나 있을 법한 언론통제 망상에 사로잡힌 그가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을지 자질이 의심스럽다. 새정치민주연합 인사청문특위 위원들의 자진사퇴 요구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부동산 투기 의혹 해명은 국민을 허탈하게 만든다. 이 후보자는 수억원의 웃돈을 주고 매입한 타워팰리스 아파트를 되팔아 불과 6개월 만에 2억원 가까운 시세차익을 얻었다. 그런데도 그는 “주거 목적”이라고 해명했다. 서민들이 평생 모으기도 힘든 2억원을 반년 만에 번 것을 투기가 아니라면 대체 무엇으로 정의해야 하는지 국민들의 상식과는 동떨어져 있다.

최초 신체검사에서 1급 현역 판정을 받은 뒤 이후 세 번의 신체검사를 통해 보충역 판정을 받은 과정 역시 석연찮다. 거짓말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후보자는 1·2차 신검을 1971년과 75년 각각 홍성과 대전에서 받았다고 했으나 서울 수도육군병원(1차)과 홍성(2차)에서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차 신검 당시 이 후보자는 행정고시 합격 후 홍성군청 사무관으로 재직 중이었다.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이후 우리나라에서 고위 공직자가 되려면 병역 특혜, 부동산 투기, 탈세, 위장전입의 4대 조건을 갖춰야 한다는 자괴의 목소리가 비등했다. 그만큼 고위 공직에 걸맞은 도덕성과 업무 추진력을 겸비한 인물이 드물었다는 얘기다. 이 후보자도 그동안 여러 고위 공직 후보자에게서 숱하게 봐왔던 의혹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박근혜정부 들어 이미 3명의 총리 후보자가 도덕성 시비로 낙마했는데도 달라진 게 없다.

이 후보자는 모두발언에서 “부족함에 대하여 통렬히 반성한다”면서 “적법 여부보다 모든 걸 국민의 눈높이에서 살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도덕성에 흠결 없는 총리 후보군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누차 지적한 대로 박근혜 대통령의 편협한 인사풀이 근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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