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항 칼럼] 잊혀진 녹색성장 베트남에서 만나다 기사의 사진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가 난자당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참회록을 써도 시원찮을 판에” 회고록을 통해 이들 ‘치적’을 옹호하고 나선 데 대해 비난 여론이 더욱더 들끓고 있다. 반면 이명박정부의 주요 정책과제 가운데 녹색성장 프로젝트는 아예 잊혀져 가고 있다. 4대강 사업까지 ‘녹색’으로 덧칠해서 이미지가 나빠졌지만, 녹색성장은 이명박정부가 그나마 내세울 수 있는 치적이다. 물론 온실가스 감축, 오염자 부담 관철 등의 정책수행 시점과 비용을 대거 다음 정부로 떠넘겼다고 비판할 수 있지만, 녹색기후기금(GCF)을 인천에 유치하는 등의 외교적 성과는 무시할 수 없다. 녹색성장은 이미 글로벌 브랜드가 됐다.

지난달 말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공적개발원조(ODA) 계획의 일환으로 녹색성장을 베트남의 친환경적 성장모델에 적용하는 작업을 수행 중인 전문가 파견단과 함께 베트남에 다녀왔다. 코이카는 최근 ODA 무상지원을 하드웨어보다 인력양성이나 정책제안과 같은 소프트웨어 위주로 바꾸기로 했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ODA 자금규모가 작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기를 나눠주기보다 고기 잡는 법을 전수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본 것이다. 이번엔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음 세대들도 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게끔 지속가능한 발전전략을 수립하는 컨설팅을 해주기로 한 것이다.

베트남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멕시코 등과 함께 한국이 설립을 주도한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의 주요 멤버이기도 하다. 베트남은 한국을 배우자며 2012년 베트남 녹색성장전략을 수립했다. 다낭에서 만난 장재윤 코이카 베트남 사무소장은 “베트남 정부는 환경을 중시하는 시스템을 나름대로 갖췄다는 점에서 다른 개발도상국들과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인구 9000만 대국의 수도 하노이는 무수한 오토바이들이 내뿜는 매연으로 하늘이 뿌옇다. 1986년 도이머이(개방) 시행 후 연평균 7%의 성장률을 자랑했지만 근년 들어 연 5.5% 안팎으로 성장열기가 식었다. 와중에 수질·대기오염은 악화됐고 자연 훼손도 심각하다.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최대피해 예상 5개국에도 포함돼 있다. 베트남의 1인당 국내총생산이 2000달러에 육박하면서 직접 원조는 급감하는 추세다. 투자를 늘리는 나라도 한국, 일본, 싱가포르 정도다. 베트남은 새로운 성장동력이나 성장 모멘텀이 절실하다.

코이카의 용역을 받은 ㈔환경과문명은 2013년부터 베트남 북부 박닌성(省), 중부 꽝남성, 남부 벤쩨성 등 3개 지방정부의 녹색성장 지역개발전략 수립을 돕고 있다. 환경과문명은 올 상반기까지 3개 성의 5개 파일럿(시범) 프로젝트를 선정해 사전 타당성 조사까지 마칠 계획이다. 삼성전자 휴대전화 공장이 있는 박닌성에서는 영세수공업단지 내 폐수처리시설, 강원도와 자연환경이 비슷한 꽝남성에서는 대나무숲과 생물다양성을 활용한 생태관광단지 조성 등의 시범사업 후보들을 타진 중이다. 정회성 환경과문명 대표는 “충남 서천의 국립생태원과 같은 국립 생물자원·바이오테크 연구소 건립을 꽝남성에 제안했다”고 말했다.

박근혜정부는 전 정부의 녹색성장을 빠르게 지워버렸다. 그 자리를 창조경제와 새마을운동이 차지했다. 이명박정부의 녹색성장위원회는 ‘그린’ ODA를 구상했지만, 코이카는 현재 베트남에서 ODA 프로젝트 앞에 ‘그린’을 붙이지 않고 새마을운동이라고 한다. 김상협 전 녹색성장기획관은 “국제사회에서 더 큰 국가가 되기 위한 이니셔티브를 녹색성장을 통해 잡았는데도 그 기회를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더 확산시키지 못하고 흘려보내는 것은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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