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히스토리] 금강 통문, 언제 저렇게 열릴까 기사의 사진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지 10년 만인 2008년 3월 17일. 금강산 관광에 나선 승용차들이 줄지어 동해선 육로 남측 금강통문을 지나 비무장지대로 들어서고 있다. 민간인이 육로로 비무장지대를 통과한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국민일보DB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현대아산은 지난 5일 현대그룹 본사에서 창립 16주년을 맞아 '열려라! 금강산'이라는 슬로건을 선포했다. 조건식 시장은 "상반기 내에는 반드시 금강산관광 재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며 "희망을 품고 매 순간이 관광재개의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하면서 각자 위치에서 온 정성을 쏟자"고 말했다. '열려라 금강산'은 지난해 11월 금강산에서 열린 금강산관광 16주년 기념 남북공동행사 오찬 자리에서 현대와 북측 관계자들이 함께 외친 구호이기도 했다. 현대아산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평화로 가는 여권’

유엔은 냉전 시대였던 1967년 관광을 ‘평화로 가는 여권(Passport to Peace)’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1998년부터 2008년까지 10년간 금강산 관광은 남북한에게 평화로 가는 여권이었다. 금강산 관광 이전인 1989∼1998년 10년간 북한을 방문한 우리 측 인원은 5722명에 불과했으나, 1998년 11월 시작돼 2008년 7월 중단되기 전까지 10년간 금강산 관광을 통해 북한을 찾은 관광객은 195만6000명이었다.

금강산 관광은 1998년 11월 18일 유람선 금강호가 출항하면서 시작됐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떼 500마리를 몰고 방북해 당시 김정일 위원장과 금강산 관광에 합의한 지 5개월 만의 일이었다. 2003년 육로관광이 시작됐다. 1953년 휴전협정 이후 판문점을 거치지 않고 남북이 왕래하는 것은 50년 만의 일이었다. 2006년 6월 내금강 관광이 추가됐으며, 2008년 승용차 관광이 시작됐다. 2008년 7월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건이 벌어지면서 중단됐다.

관광 중단 전해인 2007년에는 관광객이 30만명을 넘어선 35만명이었고, 2008년에는 40만명 돌파가 유력한 상황이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12일 “금강산 관광이 손익 분기점을 넘기고, 추가로 새로운 북한 관련 개발·관광 사업들이 막 시작되려던 순간에 박왕자씨 피격사건이 터졌다”고 말했다.

금강산의 성과와 중단

금강산 관광은 분단 이후 최초의 대규모 남북 인적 교류였다. 온정리 금강산문화회관은 분단 이후 민간 차원에서 이뤄진 최초의 남북 합작 건축물이었다. 금강산에서는 지난해 2월까지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16차례나 이뤄졌고, 남북 지식인 학생 등 다양한 형태의 남북 공동행사가 개최됐다. 금강산 관광이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남북 교류의 상징이 됐다. 군사적 긴장도 완화됐다. 장전항을 사용하던 북한 동해 함대가 후방으로 100㎞ 후퇴했고, 2003년 군사분계선을 관통한 육로 관광 시작으로 북한은 자신들의 국도 7호선도 개방했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7년 동안 현대아산의 손실액은 8278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협력업체 손실 추정액 3000억원까지 합치면 1조1278억원의 손실이 난 것으로 현대아산 측은 추산하고 있다. 경제적 손실만이 문제는 아니다. 금강산 관광은 북한과의 경협 출발점이라는 의미가 더 크다.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면 금강산 관광을 고리로 확대될 경협 사업은 무궁무진하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금강산 지구를 직접 언급하며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를 비롯한 경제개발구 개발사업을 적극 밀고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원산 일대와 금강산을 연계하자는 구상이다. 실제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오는 4월과 5월 사이에 원산-금강산 지구 개발과 관련한 투자설명회를 개최하고, 투자설명회 참석자들의 금강산지구 관광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의 총 개발 면적은 약 430㎢로 금강산과 총석정, 삼일포 등 여러 관광지와 마식령 스키장 등 북한이 내세우는 관광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금강산 관광 재개가 원산·마식령 지구 등 북한 동부지역 개방 확대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경우 동해-원산 간 철도 연결을 통해 금강산 철도 관광 등도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주요 정책과제로 발표한 남북간 철도 노선 복원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게 되는 셈이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기 직전 추진됐던 백두산 및 묘향산 관광과 현대그룹과 북한이 지난 2000년 8월 합의했던 북한 사회간접자본 개발 7대 사업도 재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 벌써 15년이 지난 얘기지만, 현대그룹은 아직 북한 전력사업, 통신사업, 철도사업, 통천 비행장 개발 등에 대한 사업권을 가지고 있다.

언제 다시 열릴까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 재개를 위한 노력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2009년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과 관광재개와 이산가족상봉 등 5개항에 합의했고, 2010년에는 당국간 관광 재개 회담이 열리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통일 대박’ 발언 등이 나오면서 대북 관계 개선 분위기도 조성됐다. 올해 초에도 정부부처들의 신년 업무보고 등을 통해 남북 관계 문제가 주요 현안으로 다뤄졌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언론 인터뷰에서 “(금강산 관광 사업은) 진행되다가 중단된 것으로, 과거에 없던 것을 재개하는 것이 아니며 역대 정부가 해온 사업”이라며 “우리 정부도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간 구체적인 움직임이나 합의는 현재 없는 상태다. 정부는 금강산 관광 재개의 선결 과제로 박왕자씨 피격 사건 진상 규명,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 등에 대한 확실한 북한의 약속과 대책을 요구하고 있고, 북한은 “이미 재발방지 등을 약속했다”는 입장이다. 북한대학원 양무진 교수는 “결국 박 대통령의 결심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해석의 차이는 있지만, 북한이 몇 차례에 걸쳐 관광객 신변 보장과 재발방지 약속을 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며 “금강산 관광은 5·24 조치와도 관련이 없고, 핵개발과도 관련이 없는 민간 경제 교류이므로 대통령의 결심이 있다면 언제든지 재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