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한홍] 수비형 리더십을 넘어서야 기사의 사진
요즘 우리나라의 현실을 한마디로 말하라고 한다면 권위의 실종이다. 대통령이나 고위 공직자들의 권위는 이미 땅에 떨어졌고, 교수나 선생님 같은 교육자들이나 성직자들도 더 이상 존경받지 못하는 시대인 듯하다. 요즘처럼 지도자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민중의 눈치를 보면서 바짝 엎드려 있는 때가 있었던가? 그야말로 을(乙)들의 반란, 백성들의 저항과 분노가 언제 어디서 폭발할지 모르는 시대다. 아무리 잘나가는 사람도 말 한 마디 잘못하면 순식간에 갑(甲)질의 표본으로 난타당하여 침몰해 버릴 수 있다.

사회 분위기가 이러니 현재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나 미래의 지도자감들이나 다 욕 안 먹으려고 고개 숙이고 눈치만 보고 있는 침묵과 비겁의 시대가 되었다.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잔뜩 위축되어 가지고 뭔가 새로운 목표를 제시하고, 적극적으로 도전하려는 것보다는 그저 어떻게든 책 잡히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안절부절못하는 생존 모드로 가고 있다. 높은 위치에 올라갈수록 아이러니컬하게도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절감한다.

지도자들이 사회 눈치만 살피는 세태

그러니까 요즘 사람들의 행동철학은 복거지계(覆車之戒), 즉 뒤에서 쫓는 자는 앞에 가다가 엎어진 수레에서 교훈을 얻어 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남의 실수에서 배우는 복거지계는 고작해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데 지나지 않는다. 실수를 안 하는 것은 일의 반쪽에 불과하고, 우리는 거기서 더 나가서 성공을 해야 하지 않는가. 수비를 아무리 잘해도 공격을 하지 않으면 공을 넣을 수 없다. 그런데 지금 우리들은 어떻게든 실수를 줄이고, 수비를 잘하려는 생각만 지나치게 한다. 이러면 발전도, 재미도 없고 사회가 동력을 잃는다.

우리 시대의 살벌한 분위기는 점점 우리들의 리더들을 예민하고 비겁하게 되도록 몰아간다. 실수가 있더라도 창의적으로 치고 들어가는 공격수보다 상대 공격 막는 수비수만 선호한다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점수는 영점일 뿐이다.

능동적 리더들의 氣 살려줘야

지금 한국경제가 이토록 무기력하게 답보상태에 빠진 것은 비단 세월호 침몰 사고의 여파 때문만은 아니다. 치고 앞으로 나가는 사람들을 비판하고 끌어내리는 사회 분위기 탓이 크다.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같은 인물은 15년전 별 주목을 받지 못했던 중국 알리바바의 가능성을 보고 과감한 투자 결정을 해서 잭팟을 터트렸다. 온라인 쇼핑몰 알리바바의 월가 상장 후 값어치는 20조원에 달한다. 한국도 정주영, 이병철 같은 기업가들의 과감한 도전정신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뤘지만 요즘은 기업가의 도전정신이 실종된 상태다. 한국 100대 기업은 현금성 자산 189조원을 쌓아만 두고 있을 뿐이다. 지금 전 세계 기업들은 미래 준비를 위해 과감한 인수·합병(M&A) 경쟁에 나서고 있는데 한국은 조용하다. 과감한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할 오너 몇 명이 감옥에 들어가 있고, 나머지 재계 리더들도 정부와 사회 눈치만 보면서 그냥 버티기로 일관하는 추세다.

일부 몰지각한 지도층들의 갑질은 당연히 질책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 때문에 다들 욕 안 먹기 위해 눈치만 보고 있다면 그것이 얼마나 수동적이고 비참한 리더십인가. 운동선수의 목표는 반칙으로 퇴장당하지 않는 게 아니라 승리하는 것이다. 실패와 비난이 두려워 그 어떤 도전도 할 수 없는 분위기라면 결코 인물이 탄생할 수 없다. 성경의 인물 모세도, 다윗도 무수히 많은 실수와 실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비전을 끊임없이 실천했다. 우리도 이제 좀 분위기를 바꿔서 욕 안 먹는 리더 되려는 소극적인 목표가 아니라 아름답고 건강한 비전을 실천하는 능동적인 리더들의 기를 좀 살려줘야 되지 않을까.

한홍 새로운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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