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김준동] ‘파우스트의 거래’에 빠진 대학들 기사의 사진
“취업 중심의 교육환경 속에서 대학생들이 과연 무엇을 꿈꿀 수 있겠습니까.”

“취업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인문학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럼 취업률로 대학을 줄세우기 하는 것이 옳은가요?”

“청년고용률이 24%(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 1월까지 청년고용률은 최대 42.2%, 최소 39.5%였음)에 불과한 것에 장관으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낍니다. 취업이 어려운 사람에게 인문학적 소양을 위한 대학과정을 마치라고 한다면 그 학생은 다시 취업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백년지계(百年之計)를 세우는 교육부의 수장인 황우여 장관과 전국 대학생 대표자 10여명이 최근 간담회에서 나눈 대화다. ‘인문학보다 취업이 우선’이라는 것이 장관의 생각이다.

인문계 졸업생 90%가 논다고 해서 나온 유행어가 ‘인구론’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14년 취업통계 연보를 보면 인문계열 취업률은 45.9%로 의약계열 72.8%, 공학계열 66.9%, 자연계열 55.6%보다 낮다. 기업들이 인문계 학생을 외면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신입사원의 85% 이상이 이공계였고, 현대자동차는 지난해부터 인문계 출신은 상시 채용으로 돌리고 신입사원 공채에서는 이공계만 선발하고 있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조카와 지난 주말 만날 기회가 있었다. 인문계 출신으로 취직에 성공했다는 낭보(?)를 들어서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에서였다. 밤늦게까지 모임이 이어지면서 요즘 대학생들의 생활도 들을 수 있었다. “캠퍼스의 낭만을 꿈꾸는 학생들이 사라진 지 오래예요. 캠퍼스 전경이 어떤 모습인지 모를 정도로 신입생 때부터 졸업 때까지 모두들 쉼 없이 취업만을 바라보고 달려가고 있어요. 지성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이 거대한 취업 공장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아요.”

맞는 말이다. ‘주식회사 유니버시티’가 바로 우리 현실이다. 대학은 취업률 수치로 모든 것이 평가된다. 학생들도 취업률만을 보고 학교와 학과를 선택한다. 본인이 무엇에 흥미를 느끼는지 알지 못한 채,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오직 취업을 위해 학점과 스펙 쌓기에 바쁘다.

시장 논리에 따라 대학이 기업화되면서 취업률이 낮은 인문학은 외면받거나 퇴출되고 있다.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안도 사실상 비인기학과 통폐합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황 장관은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인문사회 분야 학생 공급이 넘쳐나 대학 배출 인력과 산업 수요의 미스매치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그래서 취업 중심의 대학 구조 재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교육부는 지난해 ‘대학 특성화사업’으로 107개교에 2577억원을,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으로 86개교에 2435억원을 지원했다.

스티브 잡스는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로에서 애플의 창의적인 제품이 태어났다”고 했다. 구글은 신입사원의 50% 이상을 인문학 전공자로 채우고 있다. 인문학이 미래산업의 원천인 상상력을 키우는 토대이기 때문이다. 미국 하버드대 총장을 두 차례나 지낸 데렉 복은 대학의 기업화를 ‘파우스트의 거래(원저 Universities in the marketplace)’에 비유했다. 괴테의 ‘파우스트’를 보면 파우스트는 학문에 회의를 느낀 나머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내주고 쾌락과 유희를 즐긴다. 학문 탐구를 버리고 이윤 추구만 쫓고 있는 요즘 대학을 파우스트의 거래에 빗댄 것이다. 그러면서 학문 고유의 가치를 고수하는 대학들이 결국 대중과 학생들의 신뢰를 받는다고 역설했다. 시장의 욕망에 눈이 멀어 영혼을 파는 우를 범해서야 되겠는가.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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